광복 70년의 대한민국 발전상은 한마디로 ‘기적’에 가깝다.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반세기 남짓에 이처럼 커다란 변화를 이룩한 것은 역사적으로 유례가 드물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3위, 수출 6위, 세계에서 불고있는 한류(韓流)는 광복 70년만에 크게 높아진 대한민국 위상을 말해준다. 하지만 광복 70년은 또한 분단 70년이기도 하다. 남북이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룰 때 진정한 광복이 된다는 의미다.
국내총생산(GDP) 3만배 성장
한 나라 국가의 경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는 국내총생산(GDP)이다. 통계청이 광복 70년을 맞아 발간한 ‘광복 70년 한국사회의 변화’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는 광복후 60여 년간 3만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 명목 GDP는 1953년 477억40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1485조780억원을 기록했다. 달러로 환산한 지난해 GDP는 1조4104억달러로 세계 13위다. 60여 년간 증가율이 3만배를 넘는다. 실질 GDP는 이 기간에 연평균 7.3% 성장했다.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67달러에서 2만8180달러로 급 蔥杉?
수출은 1956년 2500만달러에서 지난해 5727억달러로 늘었다. 지난해 수출액은 전 세계 수출총액의 3.1%로 전세계에서 6위를 기록했다. 무역이 급증하면서 무역의존도 역시 급증했다. 수출품목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1960년 수출 1위를 차지한 철광석은 70년 섬유류가 1위를 차지했고, 80년대에는 섬유류가 수출은 선도했다. 하지만 92년부터는 반도체가 줄곧 1위를 유지했다. 산업구조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50년대 초 농림어업에서 70년대에는 제조업이 주류를 이뤘고, 80년대 이후에는 서비스업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53년 농림어업 부문이 산업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2%, 제조업은 7.8%였으나 지난해에는 제조업비중이 30.3%, 서비스업 비중은 59.4%를 차지했다.
사회·인구구조도 큰 변화
광복 70년에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6·25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1949년 당시 남한 인구는 약 2017만명(64세까지만 통계로 잡힌 추정치)이었다. 하지만 2010년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남한 인구는 4799만명으로 늘었다. 60년 가까이에 인구가 2배로 증가한 것이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규모는 아시아에선 13번째, 세계에선 26번째다. 올 7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는 5100만명은 넘는다.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이민자 수는 2006년까지 3만9000명이었으나 2013년에는 14만6000명(누적기준)으로 증가했다. 반면 평균 가구원 수는 52년 5.4명에서 2010년에 2.7명으로 줄었다.
1000명당 혼인건수는 80년 10.6건에서 지난해에는 6건으로 줄었다. 반면 이혼율은 크게 늘었다. 저출산과 수명 연장 등의 영향으로 한국은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가 됐다. 15세 미만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노령화지수’는 1955년 8%였으나 이 지수가 지난해에는 88.7%까지 치솟았다. 1970년 61.9세였던 기대수명은 2013년 81.9세로 20세가 늘어났다.
근면·개방·기업가정신이 일등공신
‘한강의 기적’ 토대는 무엇보다 ‘하면 된다’는 국민의 근면정신이었다.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 뙤약볕 중동 사막의 한국 건설근로자들, 국내에서 밤잠을 줄이고 일한 국민들이 있기에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다. 개방은 대한민국의 경제펀더멘털을 강하게 만든 또 하나의 요인이다. 개방의 곳곳마다 ‘경제식민지’논란이 있었지만 개방으로 우리나라의 활약무대가 세계로 넓어졌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 등 글로벌기업들이 탄생한 것도 개방과 무관치 않다. 문화 개방으로 지구촌에서 부는 한류 바람은 더 거세졌다.
창의, 혁신, 도전의 기업가정신 역시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주목받게 한 일등공신이다. 기업가정신은 광복 70년에 남북한 차이를 천양지차로 벌려놓은 핵심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못한 것에 우려가 불거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광복 70년의 번영이 앞으로의 번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근면, 기업가정신 등이 초심을 잃지 않아야 또 다른 번영을 이룰수 있다는 얘기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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