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역시나…347조 나라살림 '졸속 결산' 불보듯

입력 2015-08-16 18:37  

국회, 제대로 된 결산심사 원년 만들겠다더니…예결위 소위 심의 나흘 뿐

9월1일 전까지 끝내야 하는데
상임위, 소관부처 심사 못끝내…결산안 예결위로 넘어오지 않아
의원들 '쓴 예산'엔 관심 적어…'수박 겉핥기'에 시한도 넘길 듯



[ 박종필 기자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7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2014회계연도 결산심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올해도 늑장 심사로 인한 졸속 및 지각 처리가 예상된다. 국회법은 결산심사 의결을 정기국회 시작일인 9월1일 이전까지 끝내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상당수 국회 상임위원회가 소관 정부 부처에 대한 결산안 심사를 끝내지 못하고 심사 결과를 예결위로 넘기지 못해 시한에 쫓기는 부실 심사, 벼락치기 심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각 결산심사 반복해온 국회

19대 국회가 들어선 2012년부터 촉박한 결산심사 일정으로 인해 예결위가 심사기한을 지킨 적이 없었다. 정기국회 시작 전 결산안 심사를 끝내라는 국회법 개정안이 적용된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12년간 법을 지킨 사례는 2011년 단 한 차례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14회계연도 결爰劇?종합’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회가 심사해야 할 지난해 정부 지출은 총 347조9000억원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세부적인 결산심사를 위한 소위원회 심사기간이 나흘뿐인데 이 기간 안에 300조원이 넘는 정부 씀씀이를 다 확인하라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절대적인 심사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예산과 결산으로 이뤄진 예결위 활동이 예산 심사에만 더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4월 국회 입법조사처 주최로 열린 ‘국회 결산심사 강화 방안 학술대회’에서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용두사미”라며 “예산은 지역구 사업과 연계되기 때문에 의원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지만, 결산에 대해서는 용두사미의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2015년을 결산이 제대로 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김재경 예결특위 위원장도 “올해는 결산심의를 평상시보다 앞당겨 하겠다”고 했으나 예결위 소위 가동일정은 예년과 다를 바 없이 법적 처리 시한이 임박한 8월 말에 나흘만 잡혔다.

○칼날 무딘 결산심사

결산심사 과정에서 지적된 국회의 시정요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8월 말까지 결산심사를 마친다고 해도 결산 내용을 정부가 참고해 미비점을 반영해 다음연도 예산안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예산안은 보통 8월 말에 짜여져 9월 중순에 국회 예결위로 넘어간다”며 “8월 말에 국회가 결산심사를 마친다고 해도 다음해 정부 예산안에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 예결위 여당 측 간사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가 정부에 시정요구를 하면 정부가 즉시 이를 조치하고 국회에 보고하게 돼 있다”며 “정부의 시정조치가 완료된 비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회의 시정요구에 대한 정부의 미완료 건수는 회계연도별로 2011년 168건, 2012년 255건, 2013년 272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개선책으로는 8월 말로 규정된 결산심사 종료일을 7월로 앞당기고 매년 상반기에 충분한 결산심사 시간을 가지는 방안이 꼽힌다. 김광묵 국회 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은 “국회의 결산심사를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법정 시한 준수를 위한 조기 의결, 결산과 예산안 심사의 연계, 국회의 결산 시정요구 조치 결과에 대한 재심사 권한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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