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원톱' 재확인
"쓰쿠다, 신 회장 편에 섰을 때 대세는 기울어"
[ 서정환/김병근 기자 ] 17일 일본 도쿄 데이고쿠호텔 본관 3층 회의장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는 일사천리로 끝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이 상정한 ‘이사(사사키 도모코 씨) 1명 선임’과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에 관한 방침의 확인’ 등 2개 안건을 15분여 만에 가결하고 오전 9시45분께 마무리됐다. 롯데홀딩스는 순조로운 안건 통과를 예상한 듯 주총이 끝난 뒤 30분 만에 주총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와 신 회장의 발표문을 도쿄 한국특파원단에 통지했다.
재계 관계자는 “주총 결과는 전적으로 신 회장의 원톱 체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라며 “주총이 신속하게 끝난 것은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롯데를 철저히 장악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8시를 조금 넘어 검은색 렉서스 차량을 타고 일찌감치 호텔에 도착했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은 9시26분께 호텔에 도착해 주총 시작 시간인 9시30분을 조금 넘겨 긴장한 표정으로 주총장에 들어갔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부인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주총에 참석한 인원은 10명 이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홀딩스의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이마무라 오사무 감사를 제외하면 주주는 7~8명 정도다. 롯데홀딩스 주주 및 지분율은 광윤사 32%, 종업원지주회 32%, 자회사·조합 32.6%, 신 전 부회장 2%, 신 회장 1.4%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총에 참석한 동주·동빈 형제를 제외하고 광윤사와 종업원지주회, 하쓰코 여사는 대리인 3명에게 각각 의결권을 위임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2~3명은 롯데홀딩스가 주식 100%를 소유한 L투자회사를 비롯한 자회사 및 조합의 대표라는 관측이다.
주총에 상정된 2개 안건은 모두 일반결의 대상으로, 전체 주주의 절반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롯데그룹은 누가 찬성 또는 반대했는지, 찬성률은 어느 정도인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안건이 모두 통과된 것은 신 회장이 최소 과반의 우호세력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우호세력이 3분의 2 이상”이라는 신 전 부회장 측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신 회장은 주총 결의 후 발표문을 통해 “경영과 가족의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롯데그룹은 법과 원칙에 의거한 경영 투명성을 한층 더 강화하고 철저하게 실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총 안건이 경영권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경영권 분쟁 사태가 터진 후 처음 열린 가운데 신속하게 끝났다는 것은 신 회장의 경영권 장악을 재확인해준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 롯데는 전문경영인 체제여서 쓰쿠다 사장이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준 순 ?일본 롯데 내부에서는 이미 판세가 끝난 것으로 간주했다”며 “이번 주총은 대세가 신 회장에게 기울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김병근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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