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바이오산업 규제 빨리 풀어라"…규제해소 손 놓은 복지부 '화들짝'

입력 2015-08-17 18:00   수정 2015-08-18 09:11

규제에 발목 잡힌 바이오산업

국무회의서 유전자관련 규제해소 촉구 발언 왜

미국, 유전자분석 서비스 일반인에게 직접 판매
일본, 바이오기업 잇단 유치
한국, 생명윤리법 국회 계류…업계 "복지부 팔짱만" 지적



[ 조미현/장진모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한국은 유전자 치료 연구를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등 치료제 개발과 산업화를 위한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산업이 규제 때문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동안 규제 완화를 위해 법안을 제출해 놓고 있다고 주장해온 보건복지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본지 7월16일자 A1, 20면 참조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을지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선진국들은 유전체 분석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세계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杉? 박 대통령이 바이오산업을 규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표적 산업으로 언급한 것은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바이오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는데 한국만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3앤드미, 테라노스 등 유전자 분석 바이오 기업이 일부 서비스를 직접 소비자에게 팔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테라노스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고 미국 최대 드러그스토어(약국·편의점) 체인인 월그린에서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 제한을 파격적으로 풀어 세계 바이오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치료제 등 한국의 바이오산업은 규제로 발전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많다.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신청을 앞두고 걱정하는 분위기다.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47조에서 ‘유전질환,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그 밖에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질병’으로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현행법상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유전자 분석 서비스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길이 막혀 있다. 유전자 검사 종류도 법적으로는 신고제지만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종은 유전체기업협의회 회장은 “바이오산업은 급속도로 팽창하는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며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정작 규제를 담당하는 복지부는 거듭되는 업계 호소에도 “지난해 8월 열린 무역투자활성화대책회의에서 유전자 치료 연구 허용 범위를 국제적 기준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만 계속 내놓고 있다. “국회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생명윤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법안만 던져놓고 팔짱 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 대통령이 이날 공무원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파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규제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공무원들의 의식”이라며 “일선 현장의 공무원들이 규제개혁의 철학을 분명히 인식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각 부처와 지자체는 속히 공무원의 의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재 복지부 수준의 규제개혁 의지로는 바이오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올려놓을 수 없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조미현/장진모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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