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규제개혁, 기본부터 다시 하자

입력 2015-08-17 18:23  

경제문제에 집중해야 할 규제개혁
일몰제 남은 기간 구애받지 말고
전면적 국가개조 차원서 접근해야

김정하 < 연세대 특임교수·전 감사원 사무총장 >



정부 규제의 문제는 단순히 규제개혁을 넘어 국가 개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통제하는 권위주의적 행정관행을 청산하고,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민주적인 행정문화를 이룩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정부 규제개혁은 우리 세대에 반드시 이뤄야 할 시대적 소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규제정보포털’에 등록된 규제 건수는 올 들어 지난 6월 말 현재 1만4686건으로 작년 같은 시기의 1만5182건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 활성화를 바라는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규제개혁의 효과가 이처럼 지지부진한 채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규제개혁의 모법인 ‘행정규제기본법’이 행정규제의 문제를 경제에 대한 규제라는 측면에서 다루지 않고, 국민 기본권 제한의 문제로 다루고 있는 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헌법 제119조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 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해 경제에 대한 규제의 목적과 그 근거를 마련했다. 그런데도 행정규제기본법에서는 위 헌법 조항을 외면하고,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행정규제를 기본권 보장과 제한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 행정규제기본법은 이런 맥락에서 행정규제를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으로 경제와 직접적인 관련 없이 정의를 내리고 이에 해당하는 규제를 등록하도록 해 이를 심사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그 결과 일선 규제담당 공무원들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각종 행정규제를 뿌리뽑는 업무에 매진하기보다는 기본권 제한에 관한 업무에 매달리고 있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이제라도 행정규제기본법상의 행정규제의 정의를 어떻게 정립하고, 규제에 대한 심사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심각히 고민해야 규제개혁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한편 행정규제기본법 등에서는 규제개혁의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규제의 존속기간을 최대 5년으로 한정하는 ‘규제일몰제’와 규제 신설 시 규제비용의 총량을 유지하는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는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다르게 접근해야지 이렇게 일률적으로 존속하게 한다면 도입 취지와 달리 불합리한 규제를 즉각 혁파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존속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규제가 필요하면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그 규제는 존속시켜야 할 것이고,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시대착오적이며 불필요한 규제라고 한다면 당장 철폐토록 해야 할 것이다. 규제개혁의 성과를 높이려면 현존하는 규제 하나하나를 그 필요성·적절성·합리성 측면에서 깊게 분석·검토하는 작업을 선행하는 실효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김정하 < 연세대 특임교수·전 감사원 사무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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