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협동조합 시대] '정부 요람' 벗어나 세계로 뻗는 협동조합

입력 2015-08-18 07:10  

협동조합의 3가지 변화

1. 자주, 정부의존 탈피
2. 개방, 가입 자격 완화
3. 글로벌, 해외진출 모색



[ 김용준 기자 ]
중소기업 협동조합이 변신하고 있다. 과도한 정부의존에서 벗어나 개별 협동조합 회원사 간 공동사업을 확대하고,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중소기업 협동조합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당초 협동조합의 연합단체로 탄생한 중소기업중앙회도 최근 회원 가입 자격을 완화하는 등 개방성 강화를 통해 협동조합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협동조합 자체의 변신 노력과 관련 법 개정, 박성택 회장이 이끄는 중소기업중앙회의 개혁 지원 노력이 맞물려 협동조합이 근본적 변화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로운 모델의 탄생

이런 변화를 이끌고 있는 조직은 개별 협동조합들이다. 1961년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정 이후 계속된 정부의존형 체제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파주출판문화 협동조합이 대표적이다. 1992년 시작돼 다양한 중소기업들의 터전을 제공하며 농공도시 파주를 출판문화 도시로 바꿔놓은 협동조합 활동은 최근 재평가받고 있다. 박성택 중앙회 회장은 “파주출판문화단지조합은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낸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파주협동조합 사례는 지난 7월 경주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들의 가장 큰 행사인 리더스포럼에서 모범사례로 발표됐다.

글로벌 기업의 국내 진출이라는 위기상황을 협동조합을 통해 타개하고 있는 조합도 있다. 800여개 업체로 구성된 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는 이케아 진출 이후 국내 중소가구업체의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다양한 사업에 나서고 있다. 교원공제회와 업무협약을 맺어 학교장터에 중소 가구업체 제품 2만여가지를 등록했다. 새로운 판로를 개척한 것이다. 또 8월 중 가구전문 공동 인터넷 쇼핑몰도 연합회 주도로 만들기로 했다. 아울러 공동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공동품질 보증 등도 추진 중이다.

한의산업협동조합과 의료기기 협동조합은 해외 진출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관련 협동조합이 연합에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 사업이 성사될 경우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어낼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중소 협동조합이 연합해 동양시멘트 입찰에 참여한 것도 새로운 시도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시멘트 수요자인 중소 콘크리트조합과 아스콘조합이 힘을 모아 처음 대기업 인수를 추진한 것이다. 인수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의 불공정한 관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동조합 본래의 정신으로

협동조합을 이처럼 변신하게 만든 것은 위기감이었다. 1961년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이 발효된 후 협동조합의 가장 강력한 수익기반은 정부와의 수의계약이었다.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물량이나 조달물자를 협동조합이 수의계약을 통해 받아와 조합사들에 나눠주는 것이었다. 수의계약 제도는 대기업을 집중 육성한 산업화 시기에 중소기업 생존과 성장의 기반이 됐다.

하지만 과도한 지원이라는 지적과, 정부조달에도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2007년 폐지됐다. 여파는 컸다. 단기적으로는 이를 막지 못한 김용구 전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연임에 실패했다. 이후 협동조합은 8년간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정체상태에 있었다. 이런 상황을 스스로 바꿔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박성택 중앙회 회장은 “과도하게 정부에 의존하던 협동조합의 시대는 끝나고 협동조합의 본질 이념에 맞게 스스로 성장에 나서야 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산업구조 변화도 협동조합에 새로운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경제는 40여년간 대기업 중심의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최근 이 체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극심해진 양극화, 치열해진 글로벌 경쟁, 낙수효과의 실종 등으로 대기업 중심의 발전모델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틈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성장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혼자의 힘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없기 때문에 협동조합을 통해 힘을 한곳에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유럽 식료품 시장 점유율 3위인 독일의 ‘레베’, 스폐인 7대그룹에 속하는 몬드라곤, 세계적 음료업체가 된 선키스?등 해외 협동조합 성공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정책 변화도 이런 변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4일 발효된 개정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정부가 협동조합 발전 3개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의무화됐다. 중기중앙회도 기능과 시스템을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박성택 회장의 공약이었던 ‘조합 공동 구매·물류회사’ 설립 등을 검토 중이며 부실조합 퇴출과 중앙회 회원 가입을 개방적으로 바꾸는 등을 통해 협동조합 활성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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