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BNP파리바, JP모간, UBS
5년간 기준환율 조작, 부당이익…헤지펀드 등에 20억弗 배상 합의
런던·홍콩 등서 줄소송 예고…'키코' 손실 한국기업도 참여
[ 임근호 기자 ] 2007년 1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환율을 조작해 부당이익을 챙긴 글로벌 은행들이 수백억달러 규모의 민사소송에 직면할 전망이다. 지난 14일 미국 뉴욕에서 9개 글로벌 은행이 민간투자자들에게 20억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 시발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런던과 홍콩, 싱가포르에서 비슷한 민사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되며 합의금은 수백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환율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한국 기업도 런던 등에서의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헤지펀드와 연기금, 기업, 지역자치단체 등이 뉴욕에서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9개 글로벌 은행은 20억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바클레이즈, 골드만삭스, HSBC, RBS,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BNP파리바, JP모간, UBS 등 9개 은행이다.
이들 은행의 트레이더는 2007~2013년온라인 대화방을 통해 런던외환시장에서 오후 4시 결정되는 기준환율을 조작했다. 많은 기관투자가는 이 기준환율을 토대로 거래한다. 가령 1억유로를 달러로 바꿀 때 환율이 최소거래 단위인 1핍(0.0001)만 올라도 달러 매수자는 1만달러를 손해보게 된다. 세계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은 5조3000억달러에 달해 소수점 단위의 환율조작으로도 은행은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다.
뉴욕에서 이뤄진 첫 민사소송 합의가 줄소송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다. 데이비드 매킬로이 포럼체임버스 변호사는 “런던 외환시장 규모는 뉴욕보다 크기 때문에 런던에서 소송이 잇따르면 합의금은 수백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런던은 세계 외환거래의 약 40%를 차지한다. FT는 이르면 가을께 영국고등법원에서 공판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도 민사소송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피해기업도 소송 참여를 검토 중이다. 서권식 대륙아주 변호사는 “일부 대기업이 소송 정보를 요청해와 미국 로펌과 구체적인 진행사항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유로·달러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벗어나면 손실이 발생하는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환율조작으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 중소기업도 곧 영국 법원에 글로벌 은행을 제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정부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았던 글로벌 은행은 민사소송으로 다시 한번 타격을 받게 됐다. 글로벌 은행은 지난해 11월 영국 금융청(FCA),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스위스 금융당국으로부터 총 43억달러, 올 5월엔 미국 법무부로부터 60억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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