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시설로 확정된 것도 아니고 가(假)계획만 입안된 상태로 수년째 방치된 땅들이 서울 시내에 상당합니다. 이런 땅들은 매매 거래도 어려워 토지주들에 대한 재산권 침해가 적지 않습니다.”(서울시 도시계획 관련 공무원)
지난 18일 서울시청 2층 브리핑룸. 숨어 있는 규제를 철폐해 민생경제를 살리겠다는 내용의 ‘서울시 규제개혁 방안’ 기자회견이 한창이었다. 도시계획·주택건축 분야 규제를 푸는 내용이 많았다. 시민 재산권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규제들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었다.
그중 ‘가계획 상태에 있는 토지 규제를 고치겠다’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때마침 오는 10월이면 전국에서 성남 분당신도시 크기의 도시공원 부지를 비롯해 장기간 도로 학교 등의 도시계획시설로 묶인 토지가 순차적으로 풀리면서 이들 부동산 개발에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해당 규제 개선안이 나온 배경에 대한 서울시 설명은 이렇다. 자치구에서 도시계획을 세우면서 특정 토지를 도시계획시설 부지로 검토하겠다는 가계획만 세우더라도 이 기록이 토지이용계획확인원에 남게 된다. 도시계획시설 부지로 확정되지 않은 채 몇 년이 지나도 가계획 사실이 관련 문서에 남아 재산권 행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청 담당 공무원들이 그런 가계획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5년 이상을 흘려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시는 일차적으로 가계획 입안일을 명기하는 방안을 내놨다. 가계획만 세워둔 채 시간만 끄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언제 가계획이 세워졌는지를 명시해 부동산 거래 당사자들이 도시계획 추진 여부를 짐작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서울시 개선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장기간 방치된 가계획 시설의 입안일자만 표기한다고 해서 공무원들이 해당 토지에 대한 도시계획시설 지정 또는 해제를 서두를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언제 도시계획시설 부지로 묶일지 모르는 땅을 누가 사겠는가. 도시계획시설 지정은 자치구 권한이기에 시가 나서는 게 쉽지 않다는 서울시 설명은 민원인들에겐 궁색할 수밖에 없다.
홍선표 건설부동산부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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