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도 일제히 급락선진국 금융시장도 타격
[ 이심기 기자 ]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지표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도 타격을 입고 있다. 신흥국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이 선진국으로 전이되면서 미국과 영국의 기준금리 인상 계획도 발목이 잡히는 형국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모두 2% 넘게 폭락했다. 다우지수는 2011년 11월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인 2.06% 떨어지면서 1만7000선 밑으로 추락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4.7%로 악화됐다. S&P500지수는 2.11% 하락했고, 나스닥지수 역시 2.82%가 빠지면서 50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이날 미국 증시의 급락은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영향이 컸다. 애플의 핵심시장인 중국에서 2분기 스마트폰 판매가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는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보고서에 애플 주가가 2.05% 급락했다.
미국 경기지표는 혼조세를 보였다. 미국의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7월 경기선행지수는 0.2% 하락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시장조사업체 마킷이 21일 발표한 8월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2.9로 1년10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반면 7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2% 증가한 559만채(연율 환산기준)로 2007년 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신규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27만7000명으로 예상치를 소폭 넘었지만 고용시장이 안정됐는지를 판단하는 30만명 선을 넘진 않았다. 유럽 증시도 독일 증시가 2.34% 하락한 것을 비롯해 주요국 모두 2~3%대 급락했다.
신흥국 경기둔화 여파로 미 중앙은행(Fed)의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옅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단기금리 선물가격 변화를 근거로 봤을 때 9월 기준금리가 인상될 확률이 33%로 1주일 전의 48%에서 크게 낮아졌다고 전했다. 이는 월가 트레이더의 약 3분의 2는 Fed가 다음달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4.6bp(1bp=0.01%포인트) 하락한 연 2.08%를 기록, 지난 4월 말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투자은행(IB)들의 첫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예측은 9월과 12월이 맞서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크레디트스위스, 바클레이즈는 9월 인상을 점치고 있다. 반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HSBC, 노무라증권 등은 12월 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회의록 공개 후 “Fed가 9월부터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며 오히려 12월 인상 전망을 앞당겼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 고문은 이날 CNBC에서 “Fed가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다”며 인상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예상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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