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드빅스하펜(독일)=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쪽으로 약 250㎞ 떨어진 루드빅스하펜. 이곳에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의 본사가 있다. 올해로 150년을 맞은 이 업체의 본사 면적은 약 10㎢. 여의도의 3배가 넘는다. 이들 공장에 연결된 파이프라인의 길이는 약 2000㎞에 이른다. 라인강변에 3곳의 접안시설을 둘 정도로 규모가 크다.
1865년 이곳에서 문을 연 바스프는 플라스틱, 기능성 제품, 작물보호제품 및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공급하는 글로벌 화학회사다. 작년말 기준 전세계 임직원은 11만 3000여명, 생산공장은 353개에 이른다. 작년 매출은 약 743억 유로(약 100조원)에 이른다. 이중 유럽이 429억 유로, 북미 155억유로, 아시아·태평양 116억유로 등의 순이다.
이 회사가 거대한 조직을 운영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은 한마디로 ‘페어분트(Verbund)’의 힘이다. 페어분트란 ‘통합(integration)’을 의미하는 독일어로 이 회사 경영철학의 근간을 이룬다.
바스프 유럽 페어분트 담당 매니저인 슈테파니 헤어초크씨는 “바스프는 이 페어분트를 통해 힘을 집결해 고객과 파트너, 사회, 환경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한다”며 “생산과 에너지, 폐기물 배출경로, 물류, 인프라 뿐 아니라 기업경영에 매우 중요한 ‘발상’까지 네트워크화하는 이 통합이야 말로 바스프를 대변하는 단어”라고 말했다.
페어분트는 유래는 생산의 통합이다. 19세기 말엽부터 루드빅스하펜 공장에서는 생산체계의 네트워크 통합이 이뤄졌다. 오늘날 페어분트는 단순한 생산용 파이프나 제품 흐름의 통합에 그치지 않고 연구, 지식관리, 고객과의 협력, 이웃과의 대화 등을 포함하는 폭넓은 체제로 발전했다.
예컨대 생산 페어분트의 부가가치 체인은 여러 생산 공장이 연결돼 탄생한다. 한 공장에서 나온 제품과 부산물이 다른 공장의 원료로 사용된다. 바스프는 생산 페어분트를 통해 소수의 원자재로 수십여종의 기본 소재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수백가지 중간체로 바꾼뒤 수천가지 제품의 원료로 쓴다.
헤어초크 매니저는 “160개 이상의 생산기지를 촘촘히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원료와 반응물질은 안전하고 신속하게 수송돼 프로세싱 공장으로 이전된다”며 “이는 생산비용을 크게 낮추며 바스프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생산 페어분트는 환경 오염을 줄이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다. 파이프라인이 각 공장을 연결해 원료를 운송함에 따라 별도의 교통 인프라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본사의 생산 페어분트는 세계 곳곳에 위치한 바스프 생산기지의 표준이 되고 있다. 벨기에 앤트워프와 미국 루이지애나주 가이스마르와 텍사스 프리포트에도 페어분트 생산기지가 있다. 아시아에는 말레이시아 쿠안탄과 중국 난징에 페어분트 현장이 있다.
이는 환경 보호에도 도움을 준다. 페어분트 시스템을 통해 원료 소비량이 毛諍欲?운송이 최적화되며 폐기물과 배출량도 줄어드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에너지 페어분트다. 바스프는 생산 공장내 화학 프로세스로 인해 생성되는 에너지를 즉시 증기 시스템으로 전달한다. 다른 공장은 이 증기를 사용해 생산 프로세스를 가동시킨다. 이렇듯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휴 에너지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 않고 한 공장의 잔열이 다른 공장의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바스프는 배기열 활용과 생산 폐기물 소각을 통해 필요한 증기량의 55%를 공급한다. 이런 페어분트를 통해 매년 전세계적으로 160만t에 달하는 원유를 절감하고 있다. 페어분트는 이제 생산과 에너지, 물류, 인프라에 ‘발상’까지 통합하며 바스프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천이 되고 있다. (끝)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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