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남북대화] 북한, 또 치고 빠지기 전술?…남북 접촉 보도하며 '대한민국' 호칭

입력 2015-08-23 18:10   수정 2015-08-24 05:15

고위급 회동까지 긴박했던 20시간…5차례 전통문 교환

북한, 당초 '김관진-김양건' 1 대 1 접촉 요구
"황병서가 나와라" 남한의 수정제안 수용
긴장 조성 뒤 화해 메시지…시간벌기 가능성도



[ 최승욱/김대훈 기자 ]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에 들어가겠다고 북한이 설정한 22일 오후 5시를 2시간 앞둔 오후 3시 청와대는 남북 간 ‘2+2 고위급 접촉’을 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위협하는 와중에 대화를 위한 접촉을 제안했고, 우리 측이 이를 전격 수용하면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이뤄졌다.

김양건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은 지난 21일 오후 4시 본인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21일 혹은 22일 판문점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1 대 1 접촉을 하자고 제의했다.

정부는 우리의 거듭된 회담 제안을 거부했던 북한이 한발 물러선 것을 평가하고, 오후 6시께 김 안보실장 명의의 수정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했다. 김 당 비서가 아닌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의 접촉을 제의하는 내용이었다. 남측 안보 컨트롤타워인 김 실장은 황 총정치국장을 만나는 게 ‘격(格)’에 맞는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3군사령부 방문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대국민 성명을 통해 우리 군의 결연한 의지가 북한에 알려진 다음날인 22일 오전 9시35분께 북한은 황 총정치국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왔다. 북측 대표로 황 총정치국장과 김 당 비서가 나올 테니 남측에선 김 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제의였다.

북한 군부 1인자 황 총정치국장이 대화에 나온다는 것은 북측이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정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김 안보실장은 오전 11시25분께 이에 동의한다는 통지문을 보냈고, 북측이 낮 12시45분께 동의한다는 답신을 보내면서 접촉이 최종 성사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먼저 대화 제의를 했고, 접촉과 회담 때마다 부딪쳤던 ‘격’ 문제에서 북한이 한발 물러선 것에 주목하고 있다. 2013년 남북 당국회담 당시에도 수석대표 격을 놓고 남북은 대립했다. 북한은 김 당 비서가 남측 통일부 장관보다 위상이 높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기간 중이고, 한·미 양국 군이 강경 대응에 나섬에 따라 북한이 전세가 불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한반도 긴장 사태가 내달 3일 예정된 전승절 행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있다.

긴장 국면 조성 뒤 화해 메시지를 보내는 북한 특유의 전술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긴장 수위를 끌어올려 놓고 대화에 응해 추가 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남북 고위 당국자 간 접촉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이례적으로 한국을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호칭했다. 북한 매체가 우리나라를 ‘대한민국’이라고 보도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처음이다.

최승욱 선임기자/김대훈 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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