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한국형 ISA, 세수 감소 걱정으로 금융 활성화 '퇴색'

입력 2015-08-23 18:30  

한국형 ISA 도입 의의와 문제점

2016년 시행될 ISA…영국·일본 비해 세제 혜택 등 적어
운용 대상에 보험 등 배제한 건 소비자 편익 저해
금융사 자산관리 역량으로 진검승부할 수 있게 해야

"가계생활 안정에 비해 세수 감소를 지나치게 우려했고, 금융시장
활성화 관점에서도 당초 취지가 퇴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배현기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



1999년 영국과 2014년 일본에 이어 2016년 한국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individual savings account)를 도입한다. 정부가 장기간의 검토와 협의를 거친 끝에 지난 6일 국내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서민과 중산층의 자산 형성을 도모하고 금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계좌 운용소득에 대해 비과세와 저율의 분리과세 혜택을 부여한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정부의 도입 방안은 영국과 일본의 ISA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미흡하다. 가계생활 안정에 비해 세수 감소를 지나치게 우려했고, 금융시장 활성화라는 관점에서도 당초 취지가 퇴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ISA는 입금된 금액의 운용에서 발생하는 이자, 배당, 매매차익 등 각종 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는 금융상품이다. 당국은 비과세 혜택을 누구에게, 얼마나, 언제까지 제공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 혜택이 크면 클수록 ISA는 증가하지만 정부의 세수는 줄어드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떠한 선택을 한 것인가. 우리보다 앞서 ISA를 도입한 영국·일본과 가입 대상, 세제 혜택, 적용 기간 등을 비교해보면 정부가 매우 보수적인, 즉 세수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선택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가입 대상이 제한적이다. 영국과 일본은 일정 연령(18세, 20세) 이상이면 제한 없이 가입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근로소득자 또는 사업소득자로 제한한다. 그중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또 제외한다. 물론 기존 재형저축이나 소득공제장기펀드 가입 대상이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거주자로 제한한 것에 비춰볼 때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에게까지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화·저금리 시대에 가계의 재산 형성을 지원한다는 취지에 따라 좀 더 과감하게 대상을 확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금융시장 활성화 효과도 불분명

둘째, 세제 혜택이 미흡하다. 영국과 일본은 연간 납입금액에만 제한을 둘 뿐 비과세 한도가 없는 반면, 우리는 납입금액과 비과세에 모두 한도를 적용하고 있다. 연간 납입 한도는 2000만원으로, 영국(약 2700만원)과 일본(약 950만원)의 중간에 해당된다. 차이점은 비과세 한도로, 가입 기간 통산 소득 200만원沮測?비과세지만 초과분에 대해서는 9.9% 분리과세를 적용할 계획이다. 물론 9.9% 분리과세도 이자나 배당에 적용하는 15.4%의 세율에 비하면 혜택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영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세제 혜택이 상대적으로 작다.

셋째, 적용 기간도 짧다. 영국은 10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했다가 기간 제한을 없앴으며, 일본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한시적으로 운용하되 비과세 적용 기간은 5년이다. 우리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비과세 적용 기간을 5년으로 하지만 가입 기간은 2016년부터 3년간으로 매우 짧다. 또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5년간(15~29세 또는 일정 소득 이하 가입자는 3년간) 중도에 인출하거나 해지하면 안 된다. 영국이나 일본은 이런 의무가입 기간이 없다. 5년간 유동성을 포기하는 보상으로 통산 소득에서 5.5%포인트(초과분 기준)만큼 세율 차이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비칠지 모르겠다.

英, 소비자 편익 우선해 성공

이상과 같은 한계로 인해 제도 도입의 핵심 목표 중 하나인 금융시장 활성화 효과도 불분명하거나 제한적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본은 주식시장 활성화라는 분명한 목적 아래 상장주식, 공모주식펀드, 상장주식펀드(ETF), 부동산뮤추얼펀드(REITs) 등으로 운용 대상을 한정해 매매차익 및 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도입 2년 차인 올 3월 말에 벌써 계좌 수가 879만개에 달하고, 누적 투자금액은 4조4000억엔으로 작년 6월 말 기준 1조6000억엔에 비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은 가계의 금융자산 관리, 금융시장의 전반적 활성화라는 취지에 매우 충실하다. 은행 증권 보험 등 모든 금융회사가 ISA를 판매할 수 있고 예금, 주식, 채권, 펀드, 보험 등 모든 금융상품을 편입할 수 있다. 그 결과 도입 후 15년이 지난 2013년 말 기준 영국의 ISA 가입자 수는 2316만명으로 18세 이상 인구의 47%가 가입했다. 2014년 말 기준 운용 자산의 시장가치는 4696억파운드(약 870조원)에 달한다.

영국의 성공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바로 소비자 편익 우선과 금융회사 간 경쟁 제고다. 영국의 금융소비자는 자기가 신뢰하는 금융회사 하나를 선택해 하나의 ISA로 종합적인 자산관리를 할 수 있다. 여기저기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금융회사는 동일한 ISA를 통해 차별적인 자산관리 역량을 보이는 진검승부를 펼쳐야 한다. 금융권역별 규제 차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운용사, 그리고 독립투자자문업자(IFA)가 똑같이 경쟁한다.

금융사 간 경쟁 제고 방안도 고려를

이런 관점에서 정부의 ISA 도입 방안은 뭔가 부족하다. 신탁업 영위가 가능한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이 ISA를 판매할 수 있지만, 운용 대상이 예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으로 제한돼 있다. 우리는 목적이 한정된 일본과 달리 영국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주식, 채권, 보험 등이 배제돼 있다. 특히 보험이 빠진 것은 종합자산관리라는 소비자 편익과 금융회사 간 공정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보험 및 연금은 2014년 말 기준 국내 가계 금융자산의 32%를 차지하고 있고, 2014년 가계 금융자산 증가분의 46%나 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한국의 금융산업은 기본적으로 업권별 전업주의 체제다. 영국의 겸업주의 체제와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겸업주의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겸업 외에도 자본시장법에 蹈▤?펀드, 신탁 등을 모든 업권이 판매하거나 제조하고 있다. 겸업의 취지는 분명하다. 소비자 편익과 경쟁 제고다. 한국형 ISA라는 이름으로 우리 실정에 맞게 상품 변형은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당초 취지가 지나치게 퇴색하지 않도록 향후 도입 방안의 확정 단계에서 합리적 개선을 기대해본다.

배현기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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