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칙도 진행도 잘못된 남북 접촉, 이런 식으론 안된다

입력 2015-08-24 18:07  

남북 고위급 접촉이 어제로 사흘째 강행군을 이어갔다. 어떤 결론이 나올지 미지수지만 이번 협상은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목함지뢰에 이어 연천 지역 포격을 감행했다. 김정은은 여기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면서 북한군의 완전무장을 명령하기까지 했다.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에 나선다는 최후통첩도 보냈다. 그러고는 21일 오후 4시께 기습적으로 남북접촉을 갖자고 통보해왔다. 전형적인 치고빠지기 수법이다.

그런데 우리 측은 이를 덥석 받았다. 일방적 도발에 이은 일방적 대화 제의에 순순히 응한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대화 도중 북한 잠수함 50여척의 행방이 묘연해졌는데도 우리 측은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엄중하게 항의하고 원상 회복에 불응하면 대화 중단을 선언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지금 한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급급해 계속 끌려가는 모양새다. 이런 식이니 늘 북한이 일방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대화의 원칙이나 진행도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가 없다면 확성기 방송 중단도 없다”며 나름의 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나 단순한 사과로는 부족하다. 책임자 처벌 등 구체적이고 확실한 결과를 얻기 전에는 물러서면 곤란하다. 목함지뢰 사건으로 터진 작금의 사태 속에서 5·24 조치 해제나 이산가족 상봉을 언급하는 것은 실로 개탄스런 발상이다. 밤샘 협상에 응해주는 모양새도 보기에 좋지 않다.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북측에 있다. ‘도발하고 협상하고 이익을 챙기는’ 북한의 버릇을 언제까지 보상할 것인가. 잘못된 관행은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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