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에도 경기 회복을 자신하는 나라가 없다. 그러자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득세하고 있다. 월가에선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인상이 아니라 4차 양적 완화(QE)를 준비할 때란 주장이 줄을 잇고 있다. 지금도 돈을 풀고 있는 일본과 유럽도 추가 양적 완화 압력에 직면해 있다. 일본은 엔화 강세 반전으로, 유럽은 성장 둔화로 고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수조달러를 풀고도 부족한 모양이다.
양적 완화는 금리를 더 내릴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시장의 채권을 매입해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발권력 동원이다. 돈을 풀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케인스주의자들의 오랜 맹신에 뿌리가 있으며, 돈 푸는 주체가 정부에서 중앙은행으로 바뀐 것뿐이다. 하지만 동서고금에 돈의 힘만으로 침체된 경제가 되살아난 경우는 없다. 돈으로 주가와 집값은 밀어 올릴 수 있어도 생산성까지 높일 순 없다. 미국 일본 경제가 다소나마 나아진 것도 셰일가스와 제조업 부활 덕이지 돈의 힘은 아니다.
추가 양적 완화가 필요하다는 말은 여태껏 천문학적인 돈을 풀고도 아무 효과가 없었다는 반증이다. 중앙은행의 자가당착이다. 작금의 위기는 돈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되레 넘치는 돈이 주가만 띄우고 구조조정을 가로막아 회복을 더디게 만들었다는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만 들이붓는 격이다. 땀과 노력, 창의와 혁신이라야 경제가 살아난다. 중앙은행들은 언제까지 미신에 매달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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