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미 기자 ] 한국은행이 부실기업 지원을 위해 발권력(돈을 찍어내는 것)을 동원키로 함에 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산업은행에 약 3조4000억원을 대출해주기로 결정했다. 대출 금리는 연 0.5%로 현 기준금리(연 1.5%)보다 크게 낮다. 이 돈을 갖고 산은은 한은이 발행한 통화안정증권을 연 2.0% 금리로 매입한다. 그 결과 산은은 대출이자와 운용이자의 차액(3조4000억원의 1.5%) 약 500억원을 얻게 된다.
산은은 이렇게 만든 500억원을 신용보증기금에 출연할 예정이다. 신보는 회사채시장에서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을 위해 발행되는 채권담보부증권(P-CBO)의 보증 재원으로 이 돈을 쓸 계획이다. 산은 등의 지원으로 신보의 보증 여력은 1조원이 늘어난다.
이번 지원은 2013년 정부와 한은 등이 마련한 ‘회사채시장 정상화 방안’의 추가 조치다. 당시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을 위해 6조4000억원 규모의 ‘시장안정 P-CBO’를 올 연말까지 발행하기로 했다. 정부와 한은이 그 재원 마련을 맡았다.
이에 따라 한은은 지난해 3월에도 3조5000억원의 발권력을 동원했다. 당시는 지금보다 금리가 높아 1000억원의 출연금을 만들 수 있었다. 한은의 이번 지원까지 합치면 두 차례 약 7조원의 돈을 찍어낸 셈이다. 물론 이 돈이 시장에 실제로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중앙은행이 지켜야 할 돈의 가치를 남용한다는 비판이 많다.
한은법상 한은은 ‘유동성이 악화된 금융기관’ 등에 긴급여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이 대규모 발권력을 동원해야 할 정도인지에 대해선 일부에서 의문을 제기한다.
■ P-CBO
신규로 발행되는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자산담보부증권이다.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힘든 기업의 신규 발행 채권을 모아 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을 거쳐 발행된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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