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으로 파일공유하던 '해적', 세계최대 음원 스트리밍으로 콘텐츠 저작권 '수호자' 되다

입력 2015-08-28 07:00  

다니엘 에크 스포티파이 CEO

컴퓨터는 기본…악기 연주도 수준급
14살때 학교 홈페이지로 첫 사업…10대 친구들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유토렌트 CEO서 합법 테두리로
파일 공유 프로그램 제작하다가 법적 제재 강해지자 합법의 길로
광고 듣는 무료음원 서비스 시작

글로벌 음반사들의 우군으로
7년 만에 사용자 7500만명 '대박'
페이스북·우버·스타벅스 등 다양한 회사와 제휴해 지평 넓혀



[ 나수지 기자 ]
‘음악을 공짜이면서도 합법적으로 들을 수는 없을까.’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다니엘 에크 최고경영자(CEO)가 창업 당시 지닌 문제의식이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음악은 불법으로 내려받아 듣는 것이 ‘상식’이었다. 법을 어기는 것이란 인식조차 크지 않았다. 음악산업은 불법 다운로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음악을 좋아했던 그는 시장을 변화시키고 싶었다. 고민 끝에 광고 기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를 2008년 스웨덴에서 처음 선보였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7년 만에 스포티파이는 사용자 수 7500만명의 거대 서비스로 성장했다. 유료 회원인 프리미엄 사용자는 2000만명에 이른다. 현재 58개국에 진출해 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한국에서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지만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는 입지가 튼튼하다.

해적에서 저작권 수호자로

에크 CEO는 어린 시절부터 스포티파이의 핵심인 음악과 컴퓨터에 익숙했다. 외조부모는 오페라 가수와 재즈 피아니스트였다. 덕분에 기타 드럼 피아노 등 악기 연주 실력이 지금도 수준급이다. 힘든 일이 생기면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스트레스를 풀 정도로 음악을 즐긴다. 정보기술(IT) 산업에 종사했던 새 아버지의 영향으로 다섯 살 때부터 컴퓨터를 만지며 자랐다.

컴퓨터에 익숙했던 소년은 14살부터 의뢰를 받고 학교 컴퓨터실에서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그의 첫 사업이었다. 경쟁자들에 비해 나이가 어리다는 약점을 저렴한 가격으로 극복했다. 당시 홈페이지를 대신 제작해주는 데 보통 5만달러를 받았지만 에크는 10분의 1인 5000달러만 받았다. 주문이 몰리자 HTML과 포토샵에 능한 10대 친구들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고등학교 시절엔 구글에 지원하기도 했다. 결과는 탈락이었다. ‘대학 졸업하고 다시 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만큼 IT 산업에 관심이 많았다.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무단으로 내려받는 ‘해적활동’을 한 특이한 이력도 있다. 지금은 불법인 파일 공유 프로그램 유토렌트의 CEO로 일했다. 당시 스웨덴이 지식재산권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입장을 취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유토렌트에 대한 법적 제재가 가해지면서 에크 CEO도 다른 활로를 모색했다. 저작권을 지키면서 소비자의 호응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불법 만연한 음악시장을 합법 테두리로

스포티파이 창업 당시 에크 CEO의 목표는 하나였다. 사용자는 모든 노래를 무료로 듣고 음악 저작권자도 대가를 받는 ‘완전한 음악 생태계’다. 이미 돈을 들이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불법 사이트가 만연한 상황. 유료 음악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소비자가 모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가 찾은 해답은 ‘광고’였다. 스포티파이에 접속해 음악을 재생하면 몇 곡마다 한 번꼴로 광고가 나온다. 라디오에서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가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광고가 끝나면 자동으로 음악이 이어진다. 소비자는 음악을 듣는 대가로 광고 듣는 시간을 지불하는 셈이다. 광고를 듣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월 9.99달러를 내고 유료회원에 가입할 수도 있다. 이렇게 번 돈은 음원 저작권자에게 일정 비율 저작권료로 지급한다.

광고주들은 타깃 마케팅이 가능한 스포티파이의 서비스 방식에 매력을 느꼈다. 스포티파이 광고는 불특정 다수에게 방송되는 라디오 광고와는 다르다. 광고를 듣는 사람들의 성별, 연령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어려움도 있었다. 음원 저작권을 가진 음반회사들과 계약을 맺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에크 CEO는 성사시키지 못하면 스포티파이를 출범시키지 않겠다는 각오로 뛰어들었다. 음원을 만든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음원사와 정식 계약을 맺지 못한다면 당시 불법으로 음악을 제공하던 다른 서비스와 다를 것이 없었다. 2년간 번번이 거절당했지만 결?유니버설, 워너, 소니 등 글로벌 음반사들과 합법적인 음원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에크 CEO는 지난해 미국 빌보드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해적질’이 불법이라는 점을 간과한다”며 “아직도 십억명에 달하는 불법 사용자들을 스포티파이 같은 합법적인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산업 전체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음원 저작권 존중이 스포티파이의 기본 정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적극적 제휴 통해 서비스 확대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음악 소비 방식은 변했다. 음악 파일을 내려받는 방식에서 벗어나 인터넷 기반의 스트리밍 방식이 대세가 됐다. 그 중심에 스포티파이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불법이 만연한 시장의 취약점을 분석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제시한 덕이었다.

스트리밍이란 차별적인 서비스 방식 말고도 에크 CEO는 스포티파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을 스포티파이 안에 적극 끌어들였다. 스포티파이 이용자는 자신의 재생목록을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다. 이는 스포티파이의 수익으로도 이어졌다. 친구의 재생목록에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을 보고 자신의 목록에도 추가하는 연쇄효과가 일었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음악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소비자의 재생목록과 친구들의 음악 성향까지 분석해 추천 음악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다른 회사와의 제휴에도 적극적이다. 2011년에는 페이스북과 제휴를 맺으면서 수백만명의 신규 고객이 스포티파이로 유입됐다. 페이스북과 스포티파이를 연동해 페이스북 회원이라면 스포티파이에 클릭 한 번으로 가입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에는 우버와 협력 관계를 맺어 우버택시에 음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우버택시를 타는 승객은 스포티파이가 제공하는 노래를 듣게 되는 셈이다. 지난 5월에는 스타벅스와 제휴했다. 스타벅스 매장에 음원을 제공하는 대신 스타벅스의 고객 마일리지 제도인 별 포인트를 고객 유치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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