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이주 늘어나고 대출심사 강화로 매매 위축
[ 김보형 기자 ]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가격 상승 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재계약을 앞둔 전세 물량들이 전셋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서울 강남권 재건축 이주 수요도 늘고 있어 전세가격 상승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3단지(1160가구)와 개포시영(1970가구)을 비롯해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3단지(2580가구), 송파구 풍납동 우성(545가구) 등 6200여가구가 재건축을 앞두고 연말까지 이삿짐을 쌀 예정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처음으로 70%를 돌파하는 등 전셋값이 집값 턱밑까지 치솟고 있다. 활발하던 매매 전환 수요는 내년부터 가계대출 심사가 강화되면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럴 경우 매매 전환 대신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가 늘면서 전세난은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전세가율이 80%에 달하는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 인근 소망공인 최현식 대표는 “매매 전환이 활발한 신혼부부와 30~40대 세입자는 일반적으로 집값의 60~65%가량을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며 “담보대출 심사가 깐깐해지면 매매를 포기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 침체와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 여건도 변수로 꼽힌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중소형 아파트 매수 희망자 중 상당수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등 수도권 임대시장은 월세(반전세) 위주로 움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33.2%로 2013년(23%)에 비해 10%포인트 뛰었다.
박원갑 KB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셋값 상승으로 ‘깡통전세’(전세보증금보다 집 경매 낙찰가격 등이 낮은 주택)를 우려한 세입자들이 반전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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