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소 사적기금, '투자풀'로 운용효율 높여야

입력 2015-08-28 18:01  

"총 69조원 규모 중소형 민간 연기금
한데 모아 관리의 효율성 높이고
전문적 투자로 수익률 제고해야"

이준행 < 서울여대 교수·경제학 >



국내 민간공제회, 사립대 적립기금, 사내복지기금처럼 특정 목적에 따라 조성된 사적 기금 규모는 약 69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들 사적 기금의 운용·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제회는 대개 회원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이 목적인데 부실이 발생하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회원들이 감당해야 한다. 공제회나 공제조합에 가입한 인원은 대략 1000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부실이 발생하면 사회적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특히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일부 공제회는 발생하는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주도록 돼 있다. 사립대도 마찬가지다. 사립대의 적립기금은 주로 교육시설의 개·보수, 연구활동 지원 등을 목적으로 조성되는데 부실하게 운용되면 그 피해가 잠재적으로 학생에게 돌아간다. 대부분의 사립대 적립기금은 예금 중심으로 돼 있어 수익률이 낮고 운용 및 관리체계도 미흡하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각 공제회를 관리·감독하는 소관부처가 요청하면 소관부처와 공동으로 공┍만?검사할 수 있도록 보험업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공제회의 자산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공제회의 자산운용이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자산운용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자산운용 상황에 관해 주기적으로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규제 환경의 변화 움직임도 있지만 시장 환경에 대한 걱정도 크다. 각 기금이 해당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익률을 달성해야 하는데,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운용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위험 자산에 투자하면 위험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어 더 높은 수익률 달성이 가능하다. 이는 다양한 유형의 위험 자산에 분산투자하고 장기적으로 평가할 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중소형 공제기금이나 대학 기금들의 운용체계는 위험 관리, 전담 조직 및 전문 인력 등 여러 면에서 이런 투자를 실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내규 등에 따라 예금으로만 운용하거나, 금융상품에 투자를 하더라도 자산운용지침과 같은 명문화된 규정체계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운용 인력도 소수여서 투자 대상을 다변화하기 어렵다.

규제 환경의 변화와 낮아지는 수익률 추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이들 기금에 이런 투자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고 효율적으로 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사적 기금의 운용관리에도 변화와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지난해 금융위에서는 중소형 기금의 자본시장 투자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투자풀 도입을 결정해 추진 중이다. 금융위 안에 따르면 중소형 기금을 위한 투자풀은 운용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주간운용사가 재간접펀드 구조를 통해 중소형 기금의 펀드 투자를 지원하고 자금을 모아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창출, 경쟁력 있는 투자관리 비용을 제시한다고 한다. 이런 제도는 운용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다양한 투자를 꺼려했던 기금들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초기 투자풀에 자금운용을 맡기는 기금의 규모가 작을 경우 기대했던 효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제회 감독부처들과의 협조를 통해 투자풀에 투자를 유도하고 투자풀의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투자풀 제도의 성패는 투자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중소형 기금이 얼마나 만족할 것이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투자풀 제도의 도입은 중소형 기금의 운용 효율성을 제고하고, 국내 자본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다양화를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반길 일이다.

이준행 < 서울여대 교수·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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