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통화정책 수단된 한국은행의 '돈 찍어 빌려주기'

입력 2015-08-28 18:08  

김유미 기자의 경제 블랙박스

13조 금융중개지원대출
"폐지 vs 확대" 의견 갈려
국회 "발권력 통제 추진"



[ 김유미 기자 ] 한국에서 화폐의 발행권은 한국은행만 갖는다(한국은행법 제47조). 고성능 인쇄기를 거치는 순간 얄팍한 종이 한 장(엄밀히는 면)에 5만원의 가치가 덧씌워진다. 정부가 돈이 부족할 때 중앙은행이 지원할 수 있는 것도 이 간단함 때문이다.

때로는 복잡한 공식이 동원된다. 지난 2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산업은행에 약 3조4000억원을 대출해주기로 했다. 이 돈은 어디선가 구해온 것이 아니라 새로 찍어낸 것이다. 대출금리는 연 0.5%다. 한은은 그러면서 산은을 대상으로 대출액 규모의 통화안정증권을 동시에 발행했다.

산은이 한은에서 빌린 돈으로 통화안정증권을 매입하면 그 운용이자(연 2.0%)에서 대출이자(0.5%)를 뺀 500억원이 최종적으로 생겨난다. 이 돈을 신용보증기금에 출연해 부실기업을 보증하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고개를 갸웃하는 기자가 많았다. 500억원이 모자라서 3조원 넘는 돈을 顚募? 언뜻 비효율적인 이 독특한 메커니즘은 2013년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회사채시장 안정화 대책’에서 예고됐다. 지난해 3월에도 한은은 같은 방식으로 1000억원을 정책금융공사(지금의 산은)에 지원했다.

돈을 마구 찍는 것도 문제다. 돈의 가치가 떨어져 원래 돈 가진 사람들은 손해를 본다. 물론 한은이 이번에 동원한 3조4000억원은 어차피 회수될 돈이라 장부 기록만 남는다. 실제 공급되는 통화량은 500억원이라고 봐야 한다.

통화량 측면에서 보면 금융중개지원대출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 한은이 찍어낸 돈을 중소기업 등에 저리로 빌려주는 제도다. 1994년 시작된 금융중개지원대출은 금리인하로도 혜택을 받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위한 것이었다.

원래는 한시적인 제도로 고안됐지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오히려 확대됐다. 금통위는 지난 4월 총 대출한도를 15조원에서 20조원으로 증액했다. 지난달 기준 대출실적은 13조원에 달한다. 그만큼의 돈이 추가로 풀려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시장에서 금리인하 주장이 나올 때마다 한은 일부에선 “이미 통화정책은 완화적”이라고 맞서곤 했다. 그 근거 중 하나가 금융중개지원대출이었다. 발권력을 활용한 여수신제도가 어느새 금리정책 못지않은 통화정책수단이 된 셈이다.

금통위에서도 생각이 극단으로 갈린다. 우선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견해다. 중앙은행이라면 금리를 통한 경기대응에 주력해야 하고, 발권력을 과도하게 활용하면 효과가 교란된다는 것이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 위원은 “금융중개지원대출이 한계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는 모든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적용되지만,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특정 산업이나 중소기업 등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며 “잘 활용하면 경기대응과 구조개선에 모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시각차와 관련돼 있어 금통위도 결론을 못 내는 분위기다. 그 사이 일부 국회의원은 ‘발권력 동원을 금통위에만 맡겨둘 수 없다’며 입법 규제를 논하고 있다.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정부 재정은 늘 빡빡하고 금통위는 어정쩡하다.

경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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