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버터칩·순하리, 내가 만든다"…유통가 모디슈머를 잡아라

입력 2015-08-30 10:17   수정 2015-08-30 10:19

[ 오정민 기자 ] # "즉석떡볶이에 삼각깁밥과 치즈를 얹어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떡볶이 리조또가 되지."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에서는 주인공의 '편의점 만찬' 대접하는 장면이 나온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즉석 만두, 즉석밥, 치즈 등을 조합해 리조또부터 만둣국까지 근사한 한 상을 차려냈다.

#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허니버터칩'을 치면 가장 상단에 뜨는 연관 검색어는 '만들기'이다. 품귀현상을 빚은 허니버터칩과 비슷한 맛을 내는 조리법이 인기를 끌었다. 이마트는 온라인몰에서 '달콤한 감자칩 직접 만들기' 기획전을 열고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유통업체와 식품업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해 내는 소비자인 '모디슈머(변경하다·소비자의 합성어)'를 겨냥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식품업계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모디슈머를 고려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팔도는 지난달 출시한 '팔도 짜장면'의 4개들이 포장지에 '이연복 셰프가 추천하는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넣었다. 빨간색 글씨로 강조한 조리법에선 파와 청양고추, 굴소스, 볶음콩가루를 한 데 볶아 짜장수프에 첨가하면 더 맛이 좋다고 조언한다. 팔도는 과거 '팔도 비빔면'에 골뱅이를 첨가한 '골빔면'으로 판매량을 끌어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모디슈머 공략에 나섰다.

롯데제과는 감자칩 '레이즈'의 봉지 겉면에 바나나·사과·딸기 등 과일맛 양념가루가 담긴 봉지를 달아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는 선호하는 과일맛 양념을 선택해 원하는 만큼 감자칩에 뿌려 먹을 수 있다. 롯데제과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모디슈머 소비자와 과일맛 과자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뿌려먹을 수 있는 과일맛 양념가루를 붙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유통업계는 연관 진열 기법 등을 활용해 모디슈머 끌기에 나섰다. 유사한 맛을 낼 수 있는 조리법과 함께 관련 재료를 소개해 판매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담금주 만들기 등 DIY(직접 만들기·Do It Yourself)족뿐만 아니라 품절된 히트상품을 대체할 수 있도록 제조용 제품을 진열하는 식이다.

올 상반기 과일소주 열풍을 이끈 롯데주류의 '순하리 처음처럼'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출시 초기에 품귀현상을 빚자 일부 대형마트는 순하리 매대 옆에 일반 소주와 유자청, 혹은 유자맛 음료를 진열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기업들은 다양한 제품을 섞어 사용하는 화장법과 사용법을 소개하며 판매 촉진을 유도하고 있다. 물비누로 유명한 '닥터브로너스'는 11종으로 출시된 물비누 '매직솝' 제품을 서로 같이 섞어 새로운 향과 느낌의 제품으로 조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가 활성화되면서 소비자들이 모디슈머 관련 정보를 나누고 제작하는 것이 대중화된 결과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연관 구매 진열은 판매를 촉진하는 데 효험이 있다"며 "상품기획자(머천다이저·MD)와 지점 관계자들의 경우 SNS의 유행 제품을 관심 있게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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