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퇴진 요구' 말레이시아 정국 긴장 고조

입력 2015-08-30 11:05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말레이시아 나집 라작 총리를 둘러싼 정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8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베르시 2.0'은 29~30일 수도 쿠알라룸푸르 메르데카광장 주변에서 나집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 첫날 참가자를 경찰은 2만9000여명이라고 추산했지만 주최 측은 약 20만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공명선거와 공익정치 운동을 벌이는 이 단체의 상징인 노란 티셔츠를 입고 노란 머리띠를 두른 시민들은 나집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을 비판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특히 나집 총리의 퇴진을 압박하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도 29일 오후 집회 장소에 나타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애초 집회 장소로 예정된 메르데카광장과 그 주변 도로에 경찰을 배치해 차단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나집 총리는 "시위 참가자들은 애국심이 없다. 국가 화합을 방해하고 말레이시아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3년 총선을 앞두고 나집 총리의 계좌에 26억링깃(7300여억원)이 입금된 사실이 지난달 초 알려진 이후 이 같은 대규모 '반 나집' 집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링깃화 가치가 17년 만의 최저치로 추락하고 경기 또한 가라앉아 경제 위기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정국 불안마저 가중되고 있다. 2009년 4월 취임한 나집 총리가 최대 위기를 맞은 것. 현재로선 나집 총리의 당내 기반을 고려할 때 자진 사퇴 가능성은 낮지만 반대 세력과의 대립은 더욱 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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