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호재지만 신흥국 통화 변동폭이 변수
철광석 수입·항공기 리스 철강·항공엔 악재
[ 서욱진/김순신 기자 ] 미국이 9월에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31일 1180원대로 올라섰다. 대기업들이 올해 사업계획을 짤 때 예상했던 환율 수준을 100원가량 뛰어넘었다. 원화 약세는 저성장 우려가 커지고 있는 한국 경제에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고환율 정책은 기업들의 수출을 늘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경제신문이 36개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예상보다 낮은 수준을 계속 유지한다면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자동차 최고 수혜 기대
원·달러 환율이 지금과 같은 높은 수준(원화가치 하락)을 유지한다면 수출이 당초 계획보다 얼마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1~5%’라고 답한 CFO가 41.67%로 가장 많았다. ‘5~10%’가 22.22%를 차지했으며 ‘10~30%’는 8.33%였다. 수출 증가에 따라 영업이익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1~5%’ 늘어날 것이라는 답변이 38.89%로 가장 많았다. ‘5~10%’ 늘어날 것으로 본 CFO는 13.89%였다. 응답자의 11.11%는 ‘10~30%’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자동차업종의 CFO들은 이구동성으로 경영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봤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해외 판매 비중이 80%가량 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다른 영향을 배제하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연간 수출액은 현대차가 1638억원, 기아차가 1680억원 등 총 3318억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GM 쌍용자동차 르노삼성 등 다른 완성차업체는 물론 현대모비스 만도 등 부품업체들도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사들은 선박 계약을 할 때 환헤지를 하는 경우가 많아 환율 변동에 영향이 적지만 수주 경쟁력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와 유화는 중립적
전자업종은 글로벌 현지 생산과 판매 체계를 가장 잘 갖춰 환율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부터 환헤지를 포함해 단기적인 환율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LG전자 역시 달러 유로 등의 통화가 모두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자연적인 환헤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원화 약세가 전자업종 기업에도 긍정적 측면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하이투자증권은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의 연간 영업이익이 각각 4300억원, 1100억원, 1200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만 원화가 한국 제품을 많이 수입하는 이머징 국가의 통화보다 더 약세를 보여야 손익 개선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유 및 화학업계는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비용이 불어난다. 그러나 수출 비중도 높아 이런 피해를 상쇄할 수 있다.
○항공과 철강은 피해 우려
철강업종도 유화 쪽과 비슷한 수출입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출 증가효과보다는 원자재 수입가 상승에 따른 수입 부담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포스코의 수출 비중은 40%가량이지만 원재료인 철광석 수입 비중은 100%에 달한다. 항공업종은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된다. 항공유와 항공기 리스 비용 등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설문에서 환율 상승세가 부정적이라고 답한 13.89%의 CFO는 대부분 항공과 철강업체 소속이었다.
서욱진/김순신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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