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집행부, 현장과 괴리"
이기권 고용부 장관 쓴소리
[ 백승현 기자 ] 전국 각지에서 노동계와 경영계, 지방자치단체가 손을 잡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앙에서는 1년 가까이 정부와 노동계가 기(氣) 싸움만 하고 있다. 지난 4월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된 이후 약 5개월 만에 다시 대화의 판이 꾸려졌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31일 부산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부산 일자리 창출 노·사·민·정 한 배에 품었다’는 이름으로 열린 이 행사는 지역 내 노·사·정 대표들이 연안 여객선인 ‘누리마루호’에 탑승해 ‘상생고용 비빔밥’을 나눠 먹으며 운명 공동체임을 대내외에 공표하는 자리였다. 행사에서는 지역 내 100개 기업이 올 하반기에만 2806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내용의 협약서를 발표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노·사·정 대화가 재개된 이후 처음으로 부산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며 “근로자는 정년보장, 기업은 유연성 확보, 청년들은 일자리를 갖는 ‘트리플 윈’ 프로젝트가 전국으로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동계를 향해 쓴소리도 했다. 이 장관은 “이처럼 이미 지역이나 단위 기업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가 하나 된 곳이 많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한국노총 중앙본부에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뿐만이 아니다. 지방에서는 올 들어서만 40곳의 지자체에서 노·사·정 협력 선언이 있었다. 지난 2월 울산광역시를 시작으로 광주광역시, 강원도 강릉시, 대구광역시 등 광역·기초 지자체 할 것 없이 앞다퉈 일자리 창출에 힘을 모으고 있다. 한국노총 전남본부 의장과 전남 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전남지사가 지난 3월 서명한 공동선언에서는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약속했다. ‘임금체계 개편’은 임금피크제 수준을 넘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의 ‘종착지’다.
지난 6월 세종시의 노·사·민·정 공동선언에서는 근로자 단체가 앞장서 ‘임금체계 개편’을 제안했다. 선언문에서 정명식 한국노총 세종지역본부 의장은 “노사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고, 선언에 그칠 것을 대비해 ‘공동 이행점검단’까지 구성했다.
올 들어 40여개 지자체에서 이뤄진 노·사·정 공동선언의 노동계 대표는 대부분 한국노총 지역본부였다. 중앙 무대에서 정부와 강력 대치하고 있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한국노총 본부 차원에서 지역 노·사·정 협력 선언에 대해 별도의 지침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지역 노동계가 이념이나 노선 투쟁보다는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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