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번 협약은 누가 봐도 삼성중공업이 자발적으로 체결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데 있다. 조선업계 전반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삼성중공업은 올 2분기에만 1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 와중에 오는 9일 조선업계 노조가 공동파업까지 벌일 예정이다. 내 코가 석 자인 삼성중공업은 누가 봐도 지금 성동조선을 떠맡을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도 울며 겨자 먹기 식 지원에 나선 것은 수출입은행의 직·간접적인 압력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수출입은행은 해외 건설, 플랜트, 선박 등에 금융을 지원하는 국책 금융기관이다. 삼성중공업에 대한 선박금융만도 보증 1조1000억원, 대출 2000억원 등 적잖은 지원을 하고 있다. 성동조선을 맡아달라는 수출입은행의 요구를 삼성중공업이 거절하기 힘든 구조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삼성중공업의 이익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중공업 정도의 대기업은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만 봐도 그렇다.
물론 삼성중공업이 나서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 구조조정에 시간을 끌기 위해 삼성중공업을 끌어들였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이 늘 이런 식이다. 당장 책임지기 싫으니 자꾸 미루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위 ‘빅배스(big bath)’ 규제로 일부 대기업 부실정리조차 봉쇄된 마당이다. 이렇게 질질 끌기만 하면 도대체 구조조정은 하기는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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