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해외서 길 찾는 청년들 <1부 끝>
유치원 교사 자격증 따 호주행·지방대 나와 미국 제약사 입사·관광고 재학 중 스위스 호텔 취직
정부 알선 취업 연 600명 넘어
랍·IME 등 독일 강소기업에 유급인턴 20여명 이달 파견
해외취업 활성화 방안 등 인재포럼서 집중 조명 예정
[ 백승현 기자 ] “아동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유아교육 지도경력 6년차에 호주 유아교육 교사 자격 취득 프로그램을 알게 됐어요. 5개월 정도 연수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했죠. 호주 취업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지만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훌륭한 자산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해 12월 호주 리틀지니어스에듀케이션센터에 취업한 이혜현 씨(29)는 해외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한 호주 유아교육교사 자격취득 과정을 수료하고 현지 자격증을 따서 취업했다. 통상 유아교육 관련 전공자들은 국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취업해 몇 년간 일하다 전업주부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씨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해외 취업에 나서 성공했다. 지난해 6월 호주 정부가 유아교육 교사를 인력부족 직업군으로 정하고, 관련 예산을 늘리며 외국인들의 장기취업을 독려하던 때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청년 실업률 10%, 체감 실업률은 23%에 달할 정도로 국내 청년층 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해외에서 길을 찾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정부가 해외 현지 기업의 요청에 따라 해당 기업에 국내 구직자를 추천하는 알선 취업자는 2011년 505명, 2012년 607명, 2013년 651명, 지난해에는 818명이었다. 최근 2년간 정부 알선 해외 취업자의 평균 나이는 29.7세, 평균 연봉은 3200만원이었다.
동아대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주의 제약회사 베스타파머수티컬에 입사한 최종원 씨(27)는 재학 중 일찌감치 해외 취업을 겨냥해 ‘지방대 핸디캡’을 극복했다. 어린 시절 잠시 미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최씨는 교내 취업정보 게시판에서 ‘미국 국제비즈니스실무전문가 연수과정’ 모집 공고를 접했다.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성면접 등을 통해 연수프로그램 참가가 확정됐다. 연수 기간 동안 엑셀, 회계 등 실무교육을 받고 외국인 친구를 사귀면서 영어 실력을 키운 최씨는 입사 첫해 고객서비스 업무를 맡아 2만2000달러(약 2600만원) 남짓을 받고 있다. 최씨는 “많은 청년들이 해외 취업을 막연하게만 생각하는데 의지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라며 “가슴 속에만 두지 말고 일단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에미레이트항공 승무원이 된 김혜주 씨(27)는 직접 현지에서 활동 중인 멘토를 찾아 해외 취업 문을 열었다. 국내 항공 ?승무원이 되고 싶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현실과 타협해 일반 기업에 취직했으나 꿈은 계속 간직했다. 틈틈이 해외 취업 정보 사이트를 찾아보던 중 한국산업인력공단의 ‘K무브 멘토링’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세계 각지에서 자리 잡고 있는 ‘선배’들과 해외 취업을 원하는 ‘후배’들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김씨는 “에미레이트항공 취업 계획을 세워 멘토의 점검을 받고 중동지역 정세나 문화에 대해 수시로 조언을 받은 것이 입사 면접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고교 때부터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은 경우도 있다. 스위스 바텔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안나 양(18)은 한국관광고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교육부가 주관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글로벌 현장학습’ 프로그램을 계기로 취업에 성공했다.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독일의 초정밀 절삭공구기업인 마팔에서 도제훈련을 받은 부산기계공업고 학생 8명은 현재 마팔에서 정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부의 청년 해외취업 지원정책인 K무브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산업인력공단은 올해 새로운 해외취업 창구를 선보였다. 랍(LAPP), RA컨설팅, IME 등 독일 강소기업(히든챔피언)에 유급 인턴을 보내는 사업으로, 이달 중 20여명을 6개월간 파견한다. 김평희 산업인력공단 국제인력본부장은 “독일 강소기업 인턴 경험은 청년들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인재포럼은 C1세션(청년층 고용증진을 위한 해외 취업 활성화)에서 해외 취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A2세션(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배우는 도제교육)에서는 스위스 도제식 학교 운영과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의 글로벌 현장학습 등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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