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휘 금융부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의 ‘후계자’ 시절 일화입니다.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아들의 주장에 당시 이병철 회장이 이유를 물었답니다. 그 때 이건희 회장은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아버님, 제가 뜯어 본 제품들 속에 반드시 들어 있는 게 있습니다. 그게 반도체에요”
이건희 회장은 유명한 조립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TV, 라디오 등 전자제품들을 닥치는대로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일을 일 반, 취미 반으로 즐겼다고 합니다. 이건희 회장의 선견지명 덕분에 삼성은 일본을 앞지르고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평정했습니다.
이 일화는 삼성그룹 내부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도 꽤 알려져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얘기도 흥미롭지만 당시 아들의 설명을 들은 이병철 선대 회장이 어떻게 그런 용단을 내릴 수 있었는 지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이병철 선대 회장은 해방 이후 미곡 시장에 뛰어들면서 오늘날의 삼성을 일으켰습니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단숨에 시가총액 3위에 오른 ‘뉴(new) 삼성물산’도 쌀을 유통시키기 위해 만든 기업입니다. 반도체는 흔히 ‘제조업의 쌀’에 비유되곤 합니다. 이병철 선대 회장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아들의 말 속에서 단숨에 차세대 성장산업의 미래를 봤던 겁 求?
그렇다면 삼성이 생각하는 미래의 ‘쌀’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비단 삼성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어쩌면 대한민국의 미래와도 연관지을 수 있을 겁니다. 삼성의 최근 행보를 보면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바이오도 가능한 답 중의 하나가 될 수 있겠지요.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돈’, 다시 말해 금융이 삼성의 세번째 쌀이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돈과 이를 다루는 금융 산업은 쌀, 반도체를 능가하는 보편성을 갖고 있습니다. 무인도에 홀로 사는 사람이 아닌 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행을 이용하고, 증권에 투자하니까요.
그간 글로벌 금융산업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이 장악한 시장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금융과 IT를 융합한 핀테크가 등장하면서 기존 금융산업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알리바바가 금융업에 뛰어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구글, 애플 등 비금융 회사들이 기존 금융사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도 새로운 경향 중 하나입니다. 종으로 횡으로 글로벌 금융산업은 재편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삼성은 전세계 스마트폰 생산량 1위의 기업입니다. 앞으로 금융이 휴대폰 하나만으로 가능한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은 최강의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셈입니다. 삼성전자만해도 약 300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투자 여력은 충분합니다. 물론, 국내에선 삼성같은 비금융, 대기업이 은행업에 진출하는 것을 법으로 제한해 놓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삼성이 글로벌 금융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금융 패 ?牡湛?갈수록 글로벌화화 될수록 낡은 국내법도 고쳐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언제쯤 ‘삼성은행’이 등장할 지, 지켜볼만 합니다. (끝)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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