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2대 신성장엔진] 한류 키워…"5년내 세계 톱10 문화기업 도약"

입력 2015-09-03 19:12  

이채욱 CJ부회장, '2020 문화사업 비전' 발표

"전세계인이 매일 한국 드라마·K팝 즐기게 할 것"
5년내 매출 4배 늘려 15조 목표



[ 강진규 기자 ] “최고 대나무 품종 중 하나인 모죽(毛竹)은 심은 후 5년 동안 5㎝가 채 자라지 않습니다. 그런데 5년이 지나면 한 달에 15~20㎝씩 쑥쑥 자라 30m에 달하는 멋진 대나무로 큽니다.”

이채욱 CJ그룹 부회장(사진)은 지난 2일 저녁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CJ그룹의 문화사업 20주년을 맞아 연 미디어 세미나에서 불쑥 대나무 이야기를 꺼냈다. 이 부회장은 “CJ의 문화사업이 모죽의 첫 5년과 같은 시기를 잘 보내면서 튼튼한 뿌리를 내렸다”며 “큰 대나무로 성장할 일만 남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이번 미디어 세미나는 CJ그룹의 2020 문화사업 비전을 발표하고 글로벌 전략을 소개하는 행사였다. 그는 “현재 3조5423억원인 문화 관련 계열사 매출을 2020년까지 15조6000억원대로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컴캐스트 디즈니 뉴스코프 타임워너 등에 이어 세계 10위권 문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CJ그룹은 이를 위해 해외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를 포함해 미국 중국 등 6개국에서 1637개의 스크린을 운영 중인 CJ CGV는 2020년까지 이를 12개국, 1만여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연간 1억3000만명 수준인 CGV 관람객은 2020년 7억명까지 증가할 것”이라며 “이는 세계 영화 관람객의 8%에 이르는 수치”라고 말했다.

CJ E&M은 방송과 영화 등의 공동 제작을 확대한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수출하거나 현지 제작사와 함께 영화를 만드는 식이다. 지난해 중국과 합작한 영화 ‘이별계약’이 한·중 합작영화 사상 최고 매출인 2억위안(약 370억원)을 돌파하는 등 사업 전망이 밝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CJ그룹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향후 5년간 10조원가량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투자 밑그림과 전략은 모두 짜놓은 상태”라면서도 “최고경영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재로 과감한 투자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화산업이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릴 차세대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는 게 CJ의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전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월 1~2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생활 속에서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CJ가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CJ의 문화사업은 1995년 미국 영화제작사 드림웍스에 제일제당이 3억달러(약 3500억원)를 투자하면서 시작됐다. 이 금액은 당시 제일제당 연매출의 20%를 웃도는 규모였다. 경영진의 반대도 많았지만 당시 제일제당 상무였던 이재현 회장은 “문화를 산업화해야 한다. 그게 바로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라며 투자를 결정했다. 1997년 영화제작에 뛰어들었고, 음악방송채널 Mnet을 인수하면서 영역을 확장했다. 지금은 콘서트와 결합한 박람회인 ‘KCON’을 중심으로 한류 문화와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해외에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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