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선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 "국제 표준이 새 무역장벽…세계는 표준 선점 전쟁 중"

입력 2015-09-03 19:16  

표준 선점해야 산업 선도
'ISO 서울 총회'는 기회



[ 이현동 기자 ] “표준은 ‘싸움의 방법’을 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직접 정한 룰로 싸우는 것이 남이 세운 룰에 따르는 것보다 유리하지 않겠어요?”

김학선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사진)은 3일 “국제 표준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표준 선점을 위한 각국 정부와 기업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표준 전문가’다. 지난해 10월 표준의 날에는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는 표준전담부서를 설치하고, 10여건의 국제 표준을 등록했다. 디스플레이 감성화질 평가법,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성능평가법 등이 대표적이다.

김 부사장은 표준 선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라이선스 수익을 얻는 것 외에 해당 산업 트렌드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표준의 특징은 ‘잠금효과(lock-in effect)’가 큰 제로섬 게임이라는 것”이라며 “특정 기술이 표준으로 정해지면 이외의 기술은 아무리 뛰어나도 사장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 ‘표준전쟁’ 사례로 USB를 꼽았다. 1990년대 PC와 주변기기 간 데이터 인터페이스 표준을 놓고 USB와 IEEE1394가 경쟁했다.

IEEE1394는 USB 대비 데이터 전송속도가 30배 이상 빨랐지만 높은 라이선스 비용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2010년 이후 IEEE1394를 적용한 전자제품은 사라졌다. 이 기술에 투자한 업체는 큰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각국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표준을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김 부사장은 “미국·유럽 등은 국제표준화기구(ISO)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자국이 보유한 원천기술을 표준에 반영하기 위해 연구개발(R&D)과 표준화를 연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아직 표준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력 규모와 전문성 측면에서 뒤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성장산업군에 초점을 맞춰 표준 선점을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통, 헬스 등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표준화 과제 등을 예로 들었다.

김 부사장은 기술 개발 못지않게 ‘협상력’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는 14~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2015 ISO 서울 총회’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 162개 회원국 700여명의 표준 전문가가 참여하는 외교의 장이다.

그는 “임원 선출, 자국 기술의 표준 선정 등 각국의 영향력을 높이는 중요한 행사”라며 “한국이 ISO에 가입한 지 52년 만에 처음 행사를 개최하는 만큼 국제적 영향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帽醮?rdquo;고 말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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