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증권의 '지휘통제실'
회의때마다 10건 넘는 안건 상정
위험분석 중점…통과율 30% 불과
[ 오동혁 기자 ] “다른 증권사에서 좋다고 하는 거래는 한 번 더 의심하고, 나쁘다고 하는 거래는 한 번 더 검토하자.”
메리츠종금증권 리스크관리본부를 이끄는 정남성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늘 ‘남과 다른 시선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남과 같은 비즈니스를 해선 큰 수익을 낼 수 없고, 남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곳에 기회가 숨어 있다”는 게 이 회사 경영진의 투자 철학이다.
리스크관리본부는 사내에서 ‘지휘통제실’로 불린다. 모든 투자는 리스크관리본부의 허가가 나야만 집행되기 때문이다. 본부가 파악하지 못한 리스크(위험)가 있으면 추후 대규모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권한도 크지만 그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리스크관리본부는 리스크관리팀 7명과 심사팀 13명, 본부장 등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4년 전 6명에 불과하던 인력이 4배 가까이 늘었다. 최희문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은 ‘리스크 관리’를 가장 중요한 업무로 여기고 집중적인 지원을 했다. 그 결과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몇 년간 큰 투자 손실을 거의 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회사가 꾸준히 높은 수익성을 유지해올 수 있는 이유다.
리스크관리팀은 팀별로 투자 한도를 설정하고 이를 통제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심사분석팀은 개별 투자 건에 대한 심사업무를 담당한다. 투자 대상의 채무 상환 능력을 심사하고, 투자 가능종목 관리와 투자(인수)자산의 사후관리, 크레디트(신용) 시장분석 등의 업무를 맡는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업계에서 투자 결정이 빠르기로 소문나 있다. 리스크관리본부가 주관하는 투자심사위원회의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 정기적으로 열린다. 다른 증권사가 1주일에 1회, 또는 2주일에 1회 정도 회의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회의 때마다 매번 10건이 넘는 안건이 상정된다. 현업 본부에서 올라오는 ‘긴급 거래’의 경우 주말에도 회의가 소집되곤 한다.
의사결정이 빠르지만 거래(딜·deal) 검토가 대충 이뤄지는 것은 아니란 설명이다. 심의회의에는 최 사장과 정 부사장, 길기모 리스크관리본부장(전무) 등 임원 3명이 참석해 집행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 임원들은 실무진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지만, 리스크 파악이 부족했다는 판단이 들면 가차없이 탈락시킨다. 최종 안건 통과율이 30% 안팎에 불과한 이유다. 회의 종료와 동시에 투자 여부가 결정된다.
이 같은 신속성과 신중성 덕분에 많은 거래 상대방이 메리츠종금증권을 선호하고 있다는 평가다. 자연스럽게 좋은 거래가 몰릴 수밖에 없다. 참석자들은 회의 전 투자 관련 자료를 이메일로 미리 받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충분한 사전 검토를 한 뒤 효율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오전 8시30분에 시작하는 회의는 통상 네 시간가량 이어진다.
길 전무는 “리스크관리본부는 ‘딜 검토는 철저하게, 의사결정은 빠르게’라는 원칙을 고수한다”며 “본부 직원들은 ‘우리가 놓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수익과 그에 따른 위험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일단 투자 안건이 회의에서 통과되면 신속하게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동혁 기자 otto8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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