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내 스마트팩토리 통해 창출될 부가가치 독일서만 800억유로"

입력 2015-09-04 07:00  

김낙훈의 현장속으로
독일에 부는 '스마트팩토리 열풍' 현지 르포

보쉬그룹 전 세계 225개 공장 중 50개 공장서 시범라인 가동
쿠카·트럼프 등 제조업체들 네트워크 관련 기술 선점 나서

프라운호퍼·아헨공대·브레멘대 등 연구소 및 대학들도 대거 참여
센싱기술·로봇·인공지능 개발 열풍

스마트팩토리는 '4차 산업혁명'…"지금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는 중"



[ 김낙훈 기자 ]
“스마트팩토리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만 올해부터 2025년까지 창출될 잠재적 부가가치가 800억유로(약 10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팩토리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는 이유입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남동쪽으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로어암마인에 있는 보쉬렉스로스 본사. 이곳의 연구개발동에 들어서니 다양한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사내에 비치된 이 회사 카탈로그에는 ‘우리는 모든 것을 움직인다(We move everything)’라고 적혀 있다.

에리히 로츠 보쉬렉스로스 산업용품 국제영업 부문장은 “우리는 글로벌 기업인 보쉬의 계열사 중 하나로 주로 공장자동화와 관련한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라고 소개했다. 그는 “보쉬는 그룹 전체로 볼 때 4만5600명의 연구원이 하루 평균 18건의 특허를 출원할 정도로 혁신적인 기업이자 기술을 중시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의 대표적 스마트팩토리인 홈부르크공장에서는 유압밸브를 만드는 공정에 적용한 무선식별시스템(RFID)을 통한 정밀인식, 작업 지시 동기화 등으로 재고와 작업 준비시간을 줄여 이미 생산성을 10% 높였고, 공간이용 효율도 30%가량 향상시켰다”고 강조했다.

로츠 부문장은 독일 연방정보통신뉴미디어협회(BITCOM)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2025년까지 독일에서 이 트렌드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액이 자동차부문 150억유로, 일반산업부문 230억유로, 전기전자부문 120억유로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기업 연구소 대학이 스마트팩토리 관련 기술과 장비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기업 중견·중소기업을 불문하고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응용기술의 메카 프라운호퍼와 아헨공대 카를스루에공대 등 대부분 공대가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로봇업체 쿠카(로봇을 통한 공장자동화), 레이저가공기업체 트럼프(레이저가공기의 네트워크화), 전자부품업체 피닉스컨택트(유연생산시스템) 등의 기업이 대표적이다. 슈투트가르트의 프라운호퍼IPA(자동화). 도르트문트의 프라운호퍼IML(물류), 아헨공대(생산합리화), 브레멘대(자동물류시스템) 등도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밖에 베를린의 페르디난트브라운연구소, 뮌헨의 국립과학기술아카데미와 BMW, 드레스덴의 SAP미래연구소 등도 합류하고 있다. 이들은 스마트팩토리 핵심기술인 센서, 로봇,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보안기술 등을 분업과 협업을 통해 개발 중이다.

이는 ‘기계와 기계가 대화하고 기계와 부품이 소통하는’ 스마트팩토리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거대한 산업혁명의 조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으로 촉발된 1차 산업혁명(1780년대) △컨베이어시스템에 의한 대량생산시스템에 의한 2차 산업혁명(1900년대) △공작기계나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PLC)에 의한 3차 산업혁명(1970년대)에 이어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네트워크 빅데이터 등을 종합해 가장 효율적인 생산시스템을 만드는 지능형 공장인 스마트팩토리 구현을 ‘4차 산업혁명(Industry 4.0)’으로 명명했다.

왜 이를 산업혁명 수준으로 보는 것일까. 한스 미카엘 크라우스 보쉬렉스로스 비즈니스개발담당 총책임자는 “1995년 각종 네트워크에 4000만명이 연결돼 있었지만 2015년에는 55억명이 연결돼 있어 20년 새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람 수가 100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종 디바이스를 기준으로 하면 1997년 600만개가 연결돼 있었지만 2015년에는 66억개가 연결돼 있는 등 세계가 급변하고 있다”며 “2025년에는 500억개 디바이스가 서로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급변하는 시장, 개별적인 소비자 요구?증가, 더욱 짧아지는 납기, 제품 수명주기의 단기화 등에 따라 스마트팩토리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보쉬그룹은 전 세계 225개 공장 중 50개 공장이 넘는 곳에서 스마트팩토리 시범라인을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시범 설비를 통해 자동화 기계에서 센서와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하는 데이터를 중앙제어실에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제품 생산의 효율화, 기계 작동 컨트롤, 공장 가동 효율 증대 등을 연구하고 있다.

각각의 연구소나 기업은 혼자 개발하는 게 아니다. 예컨대 물류 분야를 연구하는 프라운호퍼IML은 소프트웨어업체인 SAP, 운송업체인 루프트한자 등과 힘을 합쳐 스마트팩토리의 물류 분야 자동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미 개발한 프로젝트는 속속 기업에 이전하고 있다. 단계별로 기술개발이 이뤄지면 이 기술은 단계별로 기업에 넘겨지는 것이다. 독일은 이를 통해 기존 세계 최강인 제조업 경쟁력을 더 높이고 한걸음 나아가 스마트팩토리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로어암마인(독일)=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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