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가깝기에 오히려 불편한 이유

입력 2015-09-06 18:12  

남북한, 한·일 경색 관계
다시 풀어내 정상화해야

인접국과 분쟁 막으려면
마음에 '평화의 방벽' 을

김성곤 <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sgkim@assembly.go.kr >



살다 보면 가까운 형제나 이웃끼리 다투는 경우가 많다. 되려 먼 친척이나 멀리 사는 친구는 직접 부딪칠 일이 적어선지 몰라도 갈등이 잘 안 일어난다. 국가 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웃 나라끼리 사이가 좋은 경우는 거의 없다.

개인이든 나라든 서로 거리가 가까운 게 오히려 사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일까. 물론 가족이 화목해야 집안이 흥하고, 이웃끼리 잘 지내야 살기 좋은 마을이 된다는 게 당연한 이치다. 나라와 민족으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분쟁을 만들지 않고 좋은 이웃이 돼야 평화가 유지된다.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다. 6·25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같은 민족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바로 옆 나라인 일본과는 또 어떤가. 양국은 과거사로 인해 철천지원수로 지내고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서로 정서도 유사하고, 한국이 일본에 전해준 문화와 과학기술 또한 일본에 큰 영향을 줬다. 하지만 일본은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일제강점기 시절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혈맹인 미국을 생각해 보자. 지리적으론 비행기를 타고 10~12시간을 가야 하는 먼 나라다. 인종도 다르다. 그런데 미국 없는 한국 정세란 상상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현재의 남북, 한·일관계는 결코 정상이 아니다. 남북한이 형제처럼 지내고, 한국과 일본이 다시 좋은 이웃이 돼야 진정한 동북아시아 평화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

과연 어떻게 해야 ‘가깝기에 오히려 불편한 사이’에서 ‘가깝기에 좋은 사이’로 바뀔 수 있을까.

전쟁을 막기 위해선 군사력과 경제력을 잘 키워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유네스코 헌장의 첫머리엔 ‘평화의 방벽을 가장 먼저 세워야 할 곳은 인간의 마음’이라고 적혀 있다. 남북,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선 우리 내면에 숨어 있을 무지와 편견, 증오를 먼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김성곤 <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sgkim@assembly.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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