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선 기자 ]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을 탈출해 유럽으로 밀려드는 난민 사태의 해법을 놓고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의 주도로 논의 중인 ‘난민 쿼터제’에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 반발하고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EU가 난민 사태로 동·서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EU는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외무장관회담에서 난민 위기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등 ‘비셰그라드’ 국가들은 쿼터제가 난민의 유입을 부추길 것이라며 반대했다.
난민 쿼터제는 인구, 경제력, 기존 난민 수용 숫자, 실업률에 맞춰 EU 28개 회원국이 난민을 나누자는 방안으로 독일이 처음 주장했다.
지난 4일에도 이들 4개국 정상은 체코 프라하에서 회담을 하고 “EU의 난민 수용 방식은 연대와 자발성에 근거를 둬야 한다”며 “의무적이고 영구적인 쿼터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표했다. 빅토르 오르번 헝가리 총리는 “무슬림 난민들이 유럽의 기독교 뿌리를 위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4일 “오르번 총리가 직설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유럽의 도널드 트럼프’가 됐다”고 보도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지난 3일 회원국이 난민을 의무적으로 분산 수용해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어 5일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헝가리를 통해 들어오는 난민을 제한 없이 받아들이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헝가리에 있던 난민 수천 명이 버스와 기차를 타고 독일과 오스트리아로 이동했다. 양국 정부는 국경과 기차역에 도착한 난민들에게 쉴 곳과 먹을거리, 의료서비스 등을 제공했으며 자원봉사자들도 음식을 마련해 환영했다.
난민 수용에 소극적이던 영국도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1만5000명가량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난민 수용에 대한 서유럽 국민들의 여론도 호의적이다. 지난 4일 독일 공영 ARD 방송이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 유권자의 88%는 난민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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