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막 지나간 경남 사천의 하늘은 유난히 투명해 드라마틱한 낙조를 예고했다.우리나라 낙조 8경에 들어가는 사천 실안리 낙조다.
지인의 추천도 있고 해서 꼭 보고 싶었는데 함께한 일행들은 회 맛에 빠져서 낙조를 보자는 권유가 들리지 않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사천의 바다는 물살이 빨라서 회가 특별히 더 탱탱하고 맛있기 때문이다.
횟집 창밖으로 붉은 빛이 퍼져가는 하늘을 보며 안타까워만 하다가 결국 하나를 포기하기로 했다. 달콤상큼한 성게, 쫀득쫀득 고소한 줄돔 회, 자꾸 킁킁 거리게 하는 전어구이를 먹으며 행복한 한때를 보냈다.
식사를 끝내고 숙소로 가는 길, 골목 모퉁이를 돌자 차창으로 검붉은 바다가 훅 치고 들어온다. 바다 위로 더 붉은 하늘이 먹구름의 실루엣을 만들며 마지막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방금 전까지 고구마를 구워 먹던 숯불이 바다로 옮겨가 주변을 태워버리는 것 같다. 그렇게 하늘은 내게 절대 포기하지 마라, 너무 애쓰지 말라 했다. 해는 사위는데 심장은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
김명희(회사원·서울시 성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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