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노조의 요구를 들여다보면 그런 우려를 하기에 충분하다. 승진을 늘려달라는 건 기본에 속하고 보직 확대, 장기근속자 수당 인상, 연수기회 확대 등 끝이 없을 정도다. 심지어 모 공기업은 7월 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인건비 여유분이 생기면 임금피크제 대상자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데 별도 합의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는 마당이다.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그 재원으로 청년 채용을 늘리자는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게 노조 탓이라고만 하기도 어렵다. 문제가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이면합의 요구에 굴복한 공기업 CEO는 더 문제다. 아무리 기획재정부가 공기업 평가시 선착순 가점제를 도입하겠다며 노사합의를 종용하고,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임금피크제를 해결하라고 경고한다지만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제대로 된 공기업 CEO라면 차라리 자리를 내놓는 한이 獵囑捉?이면합의 요구에 단호히 맞서야 마땅하다.
불행히도 현실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노조가 저렇게 나오는 데는 정부의 임금피크제 연내 도입 요구로 시간에 쫓기는 공기업 CEO가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약점 많은 낙하산 인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과거 공기업 개혁이 실패로 돌아간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면합의로 주고받은 임금피크제는 하나마나다. 이대로 가면 노동개혁도, 공공개혁도 다 날리게 생겼다. 정부는 건수 올리기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노조 요구에 굴복하는 CEO들을 단호히 문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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