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의 사실상 종식을 선언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6월 초부터 7월 말까지 온 나라를 감염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는 정치·경제·사회 모든 면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신종 감염병 위험에 대한 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국민 모두 절감케 한 사건이었다.
이런 시점에 ‘제2차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고위급 회의가 9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GHSA는 2014년 2월 미국이 주도하고 전 세계 30여개 국가와 세계보건기구, 세계동물보건기구 등 국제기구를 주축으로 출범한 국제보건안보협의체다.
최근 에볼라·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의 출현, 국제 여행 급증 및 식량공급의 세계화,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 생물테러 우려 등 감염병의 글로벌 확산 위험은 날로 커지고 있다. 돌이켜보면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이후 각국은 감염병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2012년까지 세계보건기구 국제보건규약상의 핵심역량을 갖춘 나라는 16%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 서울회의는 한국의 메르스 대응 경험을 공유하면서 감염병 위험에 대한 국제적 대응역량 강화를 촉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보건안보 선도국으로서 한국이 개발도상국에 대해 감염병 위기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방안도 밝힌다. 서울회의 이후에는 감염병 위기상황에 대한 국제정보네트워크 강화와 개도국의 감염병 대응역량 강화프로그램으로 국제적 질병정보 수집 및 공유 네트워크의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다. 글로벌 감염병 발생 현장에 대한 접근성 제고와 국가 간 감염병 예방·탐지·대응 역량강화 프로그램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경험 공유도 기대된다.
서울회의에 참가하는 각국 감염병 담당 최고 실무자들은 항생제 내성 및 인수공통 감염병 대응, 감염병 감시 및 보고체계, 공중보건 위기 관련 법체계 정비 등 11개 세부 분야별 구체적 행동계획에 따라 토론하고, 이행상황을 점검함으로써 회원국들에 보건위기 대응 역량강화 및 보건의료지원체계 재정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한국도 메르스 이후의 국가 보건의료체계 정비 과정에서 서울회의 논의 결과를 최대한 반영해 선진국형 감염병 위기대응체계의 기틀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전병율 <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