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해 '경고등'을 켰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여전히 신규 판매를 하고 있어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NH투자증권은 오는 9일 오후 1시까지 조기상환 평가주기를 4개월로 설정한 '숏 텀 형' ELS 1종을 200억원 한도로 특별 판매한다고 8일 밝혔다.
이 상품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홍콩H지수(HSCEI), 유로스톡스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3년 만기 ELS다.
조기상환평가는 매 4개월마다 하며 연 수익률은 8.34% 이다. 조기상환조건은 85%, 원금손실조건은 50%다.
NH투자증권의 이 상품은 금융감독위원회가 지난 달 27일 ELS를 포함한 파생결합증권의 지수 쏠림 현상에 대해 경고한 이후 나온 것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앞서 금융위는 최근 급증하는 파생결합증권의 지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심해질 경우 발행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증시 불안 등 금융 시장 환경이 불확실한 가운데 ELS가 특정 지수에 쏠릴 경우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홍콩H지수는 중국 증시의 급등과 더불어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1만5000선까지 올랐다가 이날 현재 9000선 초반(9171.01)으로 떨어졌다. 지수가 고점을 찍었을 때와 비교하면 40%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다만 상당 수 상품의 녹인(손실) 구간이 최근 5년 내 지수 저점(8102.58p)보다 낮게 위치하고 있어 아직 손실 발생 위험성이 높은 편은 아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그러나 지난 6월 말 기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 잔액은 36조3000억원으로, 전체 발행 잔액 94조4000억원의 38.5%를 차지할만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김학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한 ELS는 현재 '노란불'이 켜진 상태로 보면 된다"며 "쏠림 현상에 따른 위험이 확대될 경우 판매 제한 등의 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발표가 나온 뒤 주요 증권사들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판매를 잠정 중단키로 결정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금융위 발표 이후로는 일단 신규 판매를 하지 않고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 역시 "증권사 공동으로 금융위와 H지수 쏠림현상 완화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명확한 방안이 나올 때까지 신규 판매를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주 신규 판매는 잠정 중단 결정이 내려지기 전 출시 계획이 잡힌 것이었다"며 "이번 판매가 끝나면 당분간은 홍콩H지수와 연동한 ELS는 판매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증권사 파생상품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각 지점을 통해 홍콩H지수 관련 ELS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공지했다"며 "다만 투자자 개개인에게 '이렇게 하라'는 정도의 가이드(안내)를 내린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외에 KDB대우증권도 S&P500지수와 홍콩H지수, 코스피200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100억원 규모로 이날 새로 내놓았다. 3년 만기 원금비보장 상품으로, 조기상환은 매 6개월마다 하며 연 수익률은 7.26%다.
하나금융투자는 전날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내놓고 막바지 판매에 들어갔다.
아직까지 이 상품으로 들어온 돈은 수천만원 수준으로 많지 않지만 오는 11일 마지막 날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회사 측은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영업점을 통해 다음 주 부터는 판매 중단을 한다고 공지를 했다"며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홍콩H지수가 충분히 떨어졌다는 판단 하에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증권은 통상 목요일과 금요일 사이 ELS 공모 청약을 받는데, 이번 주 역시 오는 10일과 11일 이틀 간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판매할 예정이다.
금융위 자본시장과 김태훈 사무관은 "되도록 발행을 주의하라고 한 것이지 구체적으로 발행을 중지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은 아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판매가 되는 것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ELS의 경우 투자자에게 사전에 발행과 관련해 법적으로 고지하거나 공시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면서도 "요즘처럼 시장 상황이 급변할때는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의 하락으로 ELS 손실 구간 진입도 빨라질 수 있는만큼 신중을 요한다는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설명 조차 실제 상품이 출시되고 판매회사 지점, 영업소에서 투자권유를 하는 시점에 가서야 이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 ELS는 개별 주식 가격이나 주가 지수에 연계돼 투자 수익이 결정되는 상품. 기초자산 가격이 40~6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연 3~7%의 수익률을 돌려준다. 은행 금리가 1%대에 불과한 초저금리 시대에 안정적인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올해 상반기에만 90조원 넘게 팔렸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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