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 켜진 국가재정] 복지·통일 비용 감안하면 재정여력 바닥…"그리스 남 얘기 아니다"

입력 2015-09-08 17:45   수정 2015-09-09 16:30

턱 밑까지 차오른 나라빚

한국 여건 감안하면 EU권고 '60%' 넘어
세수 부족…적자 국채 40조 발행 계획



[ 조진형 기자 ] 정부는 8일 내년 재정지출을 3.0% 늘리는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나랏빚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고해성사를 했다. 내년 국가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기는 데 대해 고개를 숙였다. 한국이 처한 특수성을 감안할 때 국제사회가 권고하는 국가채무 수준을 넘었다는 게 예산당국의 판단이다. 천문학적인 복지 지출과 통일 비용을 감안하면 재정여력은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관리재정수지 37조원 적자

‘2016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는 645조2000억원으로 올해보다 50조1000억원 증가한다. 국세 수입이 부진해 재정지출을 3.0%(11조3000억원) 늘리기 위해 이만큼 국가빚을 지는 것이다. 적자국채만 40조1000억원을 발행할 계획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포함한 총지출 증가율이 8.1%에 달해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사상 최대인 올해(42조5000억원) 못지않은 규모다. 재정건전성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적자?올해 33조4000억원(GDP 대비 -2.1%)에서 내년 37조원(-2.3%)으로 불어난다.

국세수입과 경제성장률 전망이 현실적으로 조정된 점도 국가빚이 늘어난 요인이다. 내년 국세수입은 223조1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수입(221조1000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균형 재정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국세 전망을 부풀렸던 것을 정상화하는 차원이다. 국세수입 전망의 근거가 되는 내년 실질성장률도 3.5%에서 3.3%로 조정했다.

○‘슈퍼예산’ 편성 쉽지 않아

박근혜 정부 들어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심상치 않다. 국가채무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31.2%)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선 뒤 2012년(32.2%)까지 30%대 초반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3년 34.3%, 2014년 35.9%로 높아진 뒤 올해는 38.5%, 내년에는 40.1%로 사상 처음 40%대로 치솟게 된다. 정부는 ‘2015~2019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이 비율이 2017년 41.0%, 2018년 41.1%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채무 40% 수준은 독일(78.7%), 미국(111.4%), 프랑스(121.9%), 일본(229.2%)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선 양호하다. 하지만 한국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한국은 국민연금 등 연금제도가 덜 성숙한 데 따라 발생하는 충당비용과 천문학적인 자금 소요가 예상되는 통일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연금비용과 통일비용이 각각 GDP의 10%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만큼 국가빚을 져야 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국가채무 40%는 국제사회의 권고 기준이자 재정건전성 기준점인 국가채무 60%와 같다는 얘기다. 유럽연합(EU)과 유로화 탄생의 초석이 된 마스??樣?조약에서 EU 가입을 위한 국가채무 기준이 GDP의 60% 수준이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재정 확대를 지속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았지만 재정건전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펴기 위한 ‘슈퍼예산’ 편성은 쉽지 않게 됐다. 기재부는 2015~2019년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을 2.6%로 잡았다. 지난 10년 동안 총지출 증가율이 가장 낮았던 2010년(2.9%)을 밑도는 수준이다. 한 해 전 ‘2014~2018년 재정운용계획’에서 밝혔던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4.5%)을 대폭 낮춘 것이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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