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임금 상승 '세계 최고'

입력 2015-09-08 18:06  

38% 올라 평균 1억 육박
생산·수출 모두 위축…그래도 노조는 줄파업



[ 강현우 기자 ] 한국 자동차산업의 인건비가 지난 5년간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 가운데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임금과 노동 경직성 등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이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노사 간 대타협과 노동시장 개혁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23일째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고 현대자동차 노조도 9일 파업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할 예정인 등 강성 노조의 태도는 전혀 변화가 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8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연 ‘자동차산업의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방안 세미나’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KAMA가 각국 주요 자동차기업의 재무제표를 조사한 결과 한국 5개 완성차업체의 인건비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37.7%(연평균 6.6%) 올랐다.

반면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주요 자동차 기업의 인건비는 같은 기간 28.9% 떨어졌다. 프랑스(푸조시트로엥 르노)는 18.9%, 독일(폭스바겐)은 2% 인건비를 줄였다. 비교 대상 4개국 가운데 미국(GM 포드)만 0.5% 올랐다.

김용근 KAMA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자동차 기업들이 노사 협의로 인건비 총액을 조절한 반면 한국에서는 강성 노조의 잇단 파업과 갑작스러운 통상임금 확대 등으로 노동비용이 크게 치솟았다”며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바꾸고 총액 인건비 상승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용유지·임금 삭감 '빅딜'…일본·프랑스·독일 노사, 경쟁력 강화

2014년 국내 완성차업체 직원 평균급여는 약 9234만원으로 도요타(약 8351만원), 폭스바겐(약 9062만원)보다 높았다. 매출 대비 급여 비중은 12.4%로 도요타(7.8%)와 폭스바겐(10.6%)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생산성은 낮았다. 직원 1인당 매출은 7억4706만원으로 도요타(약 15억944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노동시간이 짧은 폭스바겐(약 8억5712만원), GM(약 9억6789만원)보다 적었다.

한국은 지난해 452만대를 생산한 세계 5위 자동차 대국이다. 자동차산업 직·간접 고용 인원은 182만명으로 국내 전체 고용(2506만명)의 7.3%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하지만 과도한 인건비와 노동 경직성 등으로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동차 생산량은 2011년 465만대를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수출도 2012년 317만대에서 지난해 306만대로 감소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선진국 자동차업체 노사가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임금을 삭감하는 ‘빅딜’을 통해 경쟁력을 되살린 것처럼 국내 완성차업체 노사도 위기의식을 갖고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위기 탈출을 위해서는 근로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제도 개혁도 필수적인 것으로 지적됐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이나 일본처럼 제조업에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2009년 1만4092명에 달했던 파견근로자 수를 지난해 9571명까지 줄이며 인건비 부담을 덜어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가 파업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노조법의 ‘파업 시 대체근로 금지’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선 노조가 파업하면 파견 등 외부 인력을 활용해 공장을 돌릴 수 있지만 한국은 파업에 따른 손실을 회사가 고스란히 떠맡아야 해 노조가 수시로 파업을 벌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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