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규 기자 ]
최근 농협은행 지점과 NH투자증권 지점이 한곳에 모인 농협금융 광화문 복합점포에 100억원대 자산가가 방문했다. 그는 은행 직원과 증권사 직원을 한 사무실에서 동시에 만나 자산관리 상담을 받았다. 그동안 은행 따로, 증권 따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았던 그는 이날 상담을 통해 다소 중복되는 서비스를 없애고 포트폴리오를 효율적으로 재구성했다.
이런 서비스 덕분에 농협금융이 지난 1월부터 순차적으로 개설한 4개 복합점포(광화문, 여의도, 삼성역, 분당)에는 부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복합점포로 바뀌기 이전 26조원이던 4개 점포의 총자산은 지난 7월 32조원으로 늘었다. 금융자산 1억원 이상이 5300여명에서 6800여명으로 증가했다.
복합점포가 대세다. 금융그룹마다 은행, 증권, 보험상품을 한 점포에서 취급하는 융합형 점포를 늘리는 추세다.
○하나·농협금융, 은행·증권·보험 ‘합체’
농협금융은 서울 광화문에서 은행, 증권, 보험 서비스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NH금융PLUS+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 ?방문한 소비자들은 여러 상품과 서비스를 한곳에서 안내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농협금융은 파악했다. 특히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자산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긍정적 반응이 많다고 농협금융은 전했다. 농협금융은 오는 10월 부산에도 은행, 증권, 보험이 결합한 트리플 복합점포를 신설할 계획이다.
하나금융도 한 점포에서 은행, 증권, 보험 상품 및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트리플 복합점포를 서울 압구정동에 최근 선보였다. 하나생명은 복합점포 내 별도 공간에서 기존 방카슈랑스로는 팔 수 없었던 보장성 보험(무배당 건강한 종신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없어 일반 종신보험보다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연금 전환 기능도 갖춰 노후 자금으로 쓰기에도 유용하다.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생명은 이곳에서 공동으로 자산관리 세미나도 정기적으로 열 예정이다.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가 영업 공간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복합점포는 지난 5월 말 기준 11개다. 하나금융은 연내 8개를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복합점포 내 증권은 기존 은행 이용자들에게 주식, 펀드 등 다양한 투자처를 안내한다. 은행은 기존 증권 소비자들에게 대출, 외환송금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1개인 은행·증권·보험 트리플 복합점포도 3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신한 복합점포에선 부동산 전략까지
신한금융은 2011년 금융권 최초로 은행과 증권이 결합한 자산관리 서비스인 신한PWM을 선보 눼? 올해 인천과 광주에 PWM센터를 열어 모두 27개의 PWM센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신한금융은 또 정부의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에 따라 PWM 모델을 일반 영업점 VIP 창구까지 확대한 16개 신한PWM라운지를 지난 7월 말 동시에 개설했다.
신한 PWM은 은행·증권 복합점포 외 IPS본부라는 조직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IPS본부는 상품, 자문, PB 교육, 포트폴리오 등 각 분야 전문가 130여명으로 구성된 신한금융 통합조직이다. 급변하는 국내외 투자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이슈가 발생하면 즉시 운영위원단을 소집해 최적의 투자전략을 신속하게 영업 현장에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신한PWM은 올해도 소비자 수익률 제고를 최우선 순위로 정하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투자상품 판매와 외형 증대보다는 소비자 자산 키우기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PB 팀장 평가 때도 관리 소비자 수익률을 반영한다. 신한은행은 또 은행권 최초로 부동산 투자자문업 라이선스를 획득해 유일하게 부동산 매수·매도에 대한 투자자문 사업모델을 확립했다.
KB금융은 지난 4월 서울 압구정로에 복합점포인 청담PB센터를 여는 등 총 10개의 복합점포를 운영 중이다. KB금융 복합점포는 국민은행과 KB투자증권이 공간을 공유한 복합점포다. 은행과 증권 영업점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공동상담 공간을 조성해 같은 공간에서 은행·증권 서비스를 제공한다. KB금융은 은행·증권 간 소개 실적에 대해 시너지평가 제도를 도입해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KB금융은 하반기에는 지방에 거점형 복합점포를 5~6개가량 추가로 열어 신규 소비자를 유치하고, 다양한 자산배분 전략을 제공할 예정이다. 지방 거점형 복합점포는 은행 종합금융센터 등에 입점해 기업금융과의 연계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KB금융은 은행·증권 복합점포에 이어 보험까지 결합한 복합점포 3개를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다. 은행 영업점, 프라이빗뱅킹(PB), 증권, 보험, 카드를 모두 결합한 복합금융센터 도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삼성증권과 협업
우리은행은 계열 증권사가 없는 대신 증권업계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삼성증권과의 제휴를 통해 유일하게 비계열사 간 복합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증권 최초 비계열사 간 복합점포이기 때문에 더 철저히 소비자 관점에서 상품을 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진다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복합점포는 우리은행의 본점 영업부와 광양포스코금융센터, 삼성증권의 삼성타운지점 등 세 곳에 상호 입점하는 ‘브랜치 인 브랜치(BIB)’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두 회사의 직원 다섯 명이 교환 배치돼 은행 및 증권 서비스를 상호 제공하고, 공동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우리은행 복합점포에서는 예금·대출, 주식·채권 등 은행·증권 간 공동 상담을 통해 자산관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은행(IB) 업무까지 아우른다. 우리은행은 삼성증권과 공동 상품을 개발하고, 소비자 우대 제도까지 함께 만들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이 복합점포를 통해 유럽 자산운용사 파이어니어 인베스트먼트의 공모펀드를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파이어니어 인베스트먼트는 자산 규모 약 250조원의 유럽 3대 자산운용사다. 우리은행은 삼성증권과의 복합점포에서만 독점 판매하는 상품을 확대하고, 향후 새로 출시될 특정 펀드 ?두 회사에서만 판매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과 삼성증권은 서울·경기권 등으로 복합점포를 늘려 나갈 방침이다.
○기업은행 복합점포는 공단까지 진출
기업은행은 IBK투자증권과 복합점포 네 개를 운영 중이다. 시중은행과 영업 방식은 비슷하지만 도심 지역뿐 아니라 경기 시화공단에 센터를 설립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대형 지주사와 달리 기업은행은 연금 판매만 가능한 단종 보험사 IBK연금보험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기업은행은 IBK연금보험과 상품 차별화 및 시너지 창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복합점포에서 보험상품도 판매하는 것이 소비자 선택권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게 기업은행의 판단이다.
BNK금융은 은행과 증권 영업점 간 칸막이를 없앤 복합점포를 부산·울산·경남 지역 최초로 운영하고 있다. 경남은행 본점 영업부 내 계열 증권사인 BNK투자증권 경남영업부를 더한 형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0월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복합점포를 선보인 것은 BNK금융이 처음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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