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신차 시승 장소로 산속 비포장길을 택하는 업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차를 운전하면서 울퉁불퉁한 산길을 가뿐히 넘어 간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서다. 자칫 막 출고된 신차의 외관이 긁히거나 하부가 손상될 위험도 뒤따를 수 있다.
쌍용자동차는 그럼에도 깊은 산속 오지를 간혹 시승 코스로 잡는다. '오프로드 전문 메이커'라는 자부심 때문일까. 지난 7일 열린 '유로6' 렉스턴W 언론 시승회는 해발 900m 가평 칼봉산 자연휴양림을 가로지르는 오프로드 10㎞ 코스에서 주로 이뤄졌다.
칼봉산 중턱은 내비게이션에도 위치가 잡히지 않는 곳이다. 산속 깊숙히 들어가자 비포장 비탈길이 나온다. 운전하는 동안 차체가 좌우로 심하게 요동친다. 운전에 익숙하지 않는 운전자라면 진땀을 흘릴지도 모르는 난코스다. 이날 시승은 운전을 한다기보단 사실 오프로드 체험에 가까웠다.
유로6 렉스턴W는 2.2L 디젤 엔진을 탑재해 2000rpm 미만의 낮은 엔진회전 구간에서 토크 힘이 좋다. 비포장길을 달리는 동안 오르막길이 나와도 엔진에 큰 무리가 없다. 동력 계통을 다듬어 초기 가속 응답성을 높이고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을 손봐 차체 움직임을 단단하게 보강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벤츠에서 갖고 온 7단 자동변속기는 기존 5단보다 단수가 늘면서 좀더 부드러운 변속 타이밍을 가져간다.
새로 적용한 인상적인 기능은 경사로 감속 주행장치를 꼽고 싶다. 칼봉산 내리막 구간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차가 적당히 제동을 해 저속 상태를 유지해 준다. 오프로드 산악지형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안전 장치로 보여진다. 운전석 왼쪽에 있는 4륜구동(4H) 버튼을 누르면 네 바퀴가 구동에 관여해 차체 움직임이 좀더 딱딱해졌다.
가평과 청평 일대 37번국도와 46번국도 등 매끈한 아스팔트를 달릴 땐 초반 가속이 꽤 향상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모델의 가장 큰 변화는 이전 2.0L에서 2.2L 심장을 얹어 힘을 보강한 대목이다. 배기량 2157cc 직렬 4기통 디젤 엔진(178마력·40.8㎏·m)은 출력과 토크가 각각 14.8%, 11.2% 향상됐다. 이전 2.0 모델에서 초반 가속이 약간 답답했으나 신모델은 그러한 단점마저 잡았다.
유로6 렉스턴W는 디젤 심장 외에도 내외관 디자인을 바꿨다. 렉스턴W는 앞모습이 가장 많이 변했다. 세로형 그릴 모양을 더욱 키우고 전방 안개등에 LED(발광다이오드)를 장착하는 변화를 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에 가깝게 달라졌다.
반면 실내 인테리어는 다듬긴 했으나 센터페시아를 꾸며주는 갈색톤 우드그레인은 다소 촌스럽다. 블랙 하이그로시를 장착하는 요즘 추세에 벗어나 있다. 매립형 내비게이션 위치가 운전자 눈 높이보다 낮게 냐〉?것도 아쉽다.
올들어 렉스턴W는 경쟁차에 밀리면서 판매가 부진하다. 내수 판매량은 월 평균 400여대에 그쳤다. 쌍용차는 유로6 신차를 통해 판매 회복을 노리고 있다. 복합 연비는 4륜 모델 11.6㎞/L. 가격은 편의사양에 따라 2818만~3876만원이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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