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귀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향후 외국인의 추세적 순매수 전환에 대비해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9일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7.74포인트(2.01%) 오른 1916.42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G2'(미국·중국) 증시 훈풍에 1900선을 회복하며 1% 급등 출발했다. 이후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에 힘입어 1910선까지 단숨에 뛰어올랐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는 25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선 외국인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외국인은 현재 453억원 어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5일부터 전날까지 24거래일 연속 '팔자'를 이어왔다. 이는 2008년 6월과 7월에 기록한 33거래일 다음 역대 두 번째 연속 순매도 기록이다. 이 기간동안 외국인의 매도 규모는 4조9000억원에 달했다.
중국발(發) 신흥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졌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도 심화됐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매도 주범으로 꼽히는 유럽계 자금이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에 러브콜을 보내며 시장을 탐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중국 8월 경제지표가 확인되는 9월 중순 이후가 외국인 시각 선회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이에 앞서 외국인 수급과 관련해 긍정적인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유럽계 자금은 유로존 정치 불확실성과 금융기관의 운용 보수화 등으로 인해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 악화를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추가 연장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유동성 확대 수혜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은 "유럽계 누적 순매도가 역사적 저점 레벨 통과에 임박했다"며 "외국인 매도의 정점 통과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최근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개별 종목으로 시장 진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 선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상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주 대상으로 선제적 탐색 작업을 벌인 후 본격적인 시장 진입에 나섰다는 것.
그는 "하반기 이후 선진국 경기 회복세 강화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평가) 매력 등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를 향한 외국인 러브콜의 추가적 유인은 충분하다"며 "관건은 시장 전반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 확산 여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의 추세적 순매수가 당장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순매도 강도가 점차 약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문희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의 보유비중은 30.8%로 금융위기로 선진국이 양적완화에 나선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달 들어 외국인의 업종별 매매에서도 수급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아직 외국인의 완전한 귀환을 기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향후 미국 금리 인상으로 나타날 미국계 자금 유출 가능성이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양적완화를 시행한 2009년 이후 국내 증시에 유입된 미국계 자금 규모가 44조6800억원에 이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최근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의 긍정적인 시각이 엿보이는 업종에 주목할 것을 추천했다.
김정현 연구원은 "외국인의 업종 보유 비중 변화는 업종 지수보다 선행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업종 가운데 최근 외국인의 비중 확대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은행 에너지 통신서비스 자동차 업종에 특히 더 관심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구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과 환율,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평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IT와 자동차가 유리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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