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GDP의 40% 나랏빚,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입력 2015-09-10 18:16  

"적자 규모 큰 내년도 예산안
성장기반 지출 줄인 '소비형 예산'

포퓰리즘 기댄 복지 구조조정하고
부가가치세 등 증세 논의도 필요"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wonshik@kku.ac.kr >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 사고와 올 들어 지난 5월부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파동으로 인한 국내 경제활동의 연속적 위축, 중국 경제 불안에 따른 대중(對中) 수출 부진, 60세 정년연장에 따른 청년고용 절벽 등 그동안 한국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경제적 사건들에 맞닥뜨려 왔다. 문제는 아직 이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정책적 방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 국민대로 보편적 복지를 권리라고 주장하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정부는 약 387조원 규모의 2016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노동과 복지부문 예산이 대폭 확대된 가장 큰 적자예산을 편성했다. 경제성장의 기반이 되는 사회간접자본(SOC) 및 중소기업·에너지 예산 등은 절대액에서 줄였다. 정부는 확장적 적자재정이므로 ‘성장형’ 예산이라고 하지만 단년도 일회성의 ‘소비형’ 예산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게다가 증세를 舊?않겠다는 원칙에 따라 세수는 고작 2조원 더 늘어나서 적자 규모가 50조원으로 전년도 예산에서의 33조원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가 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40.1%로 40% 마지노선을 넘었고, 금액으로도 600조원을 넘었다. 국가 채무가 300조원을 넘은 것이 2009년이다. 문제는 매년 발생하는 재정적자 폭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재정적자는 경제성장을 이끄는 확장적 정책의 일환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발생 원인의 측면에서 보면 투자에 의한 것이 아닌 고령화 대책이나 복지 지출에 의한 것이어서 성장에 크게 기여하기는 힘든 구조다. 국회가 이를 깊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이다.

우선 복지 구조조정에 다시 나서야 한다. 올해의 재정적자는 포퓰리즘에 기댄 지난 선거의 ‘유령’이라고 할 수 있다. 보편적 복지를 변형한 맞춤형 복지를 ‘취약계층 맞춤형 복지’로 개혁해야 한다. 현재의 복지 지출은 빈곤층보다는 중산층 이상의 소득계층에 흘러들어 가고 있다. 빈곤층이 줄지 않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된 기초연금도 기초생활보장급여의 노인 수급자들은 빠진 채 사실상 중산층 노인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게다가 2030년이 되면 50조원이 소요된다. 고용보험, 실업급여에서도 중산층 근로자들이 적지 않은 혜택을 받고 있다.

둘째, 예산이 줄어든 SOC 투자 및 중소기업·에너지 부문에 대한 지출을 살려야 한다. 성장 예산을 줄여서는 고용을 늘릴 수 없는 일이다. SOC 투자는 민간부문의 생산성 증대에 기여하면서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 재원이 제한돼 있다면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일자리 뭘遠繭捉?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SOC 투자는 노후화된 시설을 보수하거나 대체하면서 안전부문에 대한 개선을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지능화시켜야 한다.

셋째, 부가가치세율의 인상 등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보편적 증세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 지난 8월 초에 발표된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연간 1조100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밖에 못 내는 안이다. 387조원의 예산 가운데 무려 13%인 50조원을 국채를 발행해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재정준칙에 있어서 새로운 의무지출에 대하여 ‘페이고 원칙(새로운 재정 사업을 할 때 재원 마련 계획을 내놓도록 하는 원칙)’을 적용하자고 할 것이 아니라, 우선 적어도 의무적 복지예산의 증액분만큼은 증세를 통해 안정적으로 조달한다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정구조의 특성상 정부가 관리해야 하는 부채는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지자체 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포함해야 한다. 그리고 고령화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어서 연금부채도 고려해야 한다. 1100조원이 넘은 가계 부채의 부실에 따른 우발성 부채도 대비해야 한다. 올 예산의 부채 증가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앞으로 더 큰 국가 부채의 재난에 당면할 수 있다.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wonshik@kk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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