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단일 국민경제 지키려면 인구 4000만명은 유지해야

입력 2015-09-10 18:28  

인구전략 없는 저출산 대책

경제환경 고려하지 않은 저출산·고령화 대책뿐
베이비붐 세대 은퇴 후 2040년대 노동력 부족
연 45만명 출생해야 적정 인구 4000만명대 유지

"인구 2000만명으로는 '중국의 중력'에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4000만명대를 유지해야 단일 국민경제로서 중심을 유지할 수 있다"

김용하 <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



인구는 단기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연적인 생물’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국가정책에 따라 늘 수도 줄 수도 있다. 한국도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과연 적정 인구는 몇 명인지, 그런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한 인구전략은 분명하지 않다.

2015년 현재 한국 인구는 5100만명 수준이다. 2030년까지 100만명 증가한 뒤 감소하기 시작해 2060년께는 4400만명 선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통계청의 인구 전망이다.생산가능인구는 그보다 이른 2016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15세 이상 인구는 4308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만5000명 늘었는데, 취업자는 25만6000명 느는 데 그쳤다. 고용률은 60.7%에 불과하고 청년층 실업률은 8.0% 수준이다. 인구 감소를 걱정하면서도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저(低)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은 인구구조의 고령화 때문이라고 하지만 한국의 고령인구 비율은 13%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젊은 국가 그룹에 속한다. 유소년인구와 노년인구를 합한 피부양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 비율도 최근 몇 년 동안이 가장 낮았다. 인구적 측면 때문에 성장률이 둔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빠르게 늘어나는 노인인구 부양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출산율만 높인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낮은 청년 고용률, 50% 수준의 여성 고용률, 중장년층 남성의 높은 조기 퇴직률 등 현 세대의 취업에도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하는 경제구조에서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진단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용대책 없이 인구 감소만 걱정

일본은 한국에 앞서 심각한 초고령사회를 경험하고 있다. 이제 인구 감소기에 접어들었다. 세계 최대 인구 국가인 중국은 1자녀 정책을 추진한 결과 중장기적으로 빠른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전망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3국이 비슷한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한 반면 세계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21세기 말에는 현재 70억명인 세계 인구가 110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유엔은 전망하고 있다. 인도, 아프리카 국가들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라질 등 신흥 개발도상국은 인구 증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인구 문제를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프랑스 스웨덴 영국 등은 저출산 등에 따른 인구 감소에 대응, 인구 목표를 설정하고 적극적인 인구정책을 추진한 결과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인구가 부족해서 걱정이던 캐나다와 호주는 반대로 인구 유입 정책을 중단했거나 축소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막연한 인구 유입은 오히려 경제·사회적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제개발 초기 단계이던 1970년 한국의 인구는 3143만명에 불과했다. 2015년 현재 2000만명 증가한 상태다. 인구밀도 역시 ㎢당 314명에서 510명이 됐다.

단기적 인구 과잉, 장기로는 부족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도성장으로 물질적 풍요는 빠르게 늘어났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그 결과 고용 없는 성장에 이어 성장 없는 고용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 괜찮은 일자리는커녕 일자리 자체가 잘 늘지 않는 상황이다. 노동절약적 기술 진보가 저성장과 맞물려 일자리 전망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은 인구 감소 추세를 방치해야 하는가 아니면 적극적인 인구증가책을 추진해야 하는가. 한국의 인구 추이를 보면 6·25전쟁 이후 20년간 베이비붐 세대가 존재했고, 1995년 이후 20년간 저출산이 진행됐다. 베이비붐 세대가 근로활동을 한 시기를 인구경제학적으로 보너스 상태라고 한다면,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계층이 되는 시기는 과거에 받았던 보너스를 상환해야 하는 시기다.

문제는 베이비붐 세대를 부양해야 하는 인구계층이 저출산으로 급격히 줄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기는 베이비붐 세대가 완전히 은퇴하는 2030년대에 현실화될 전망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일하는 현재는 인구 과잉이 문제이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거꾸로 인구 부족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노동력 버퍼’가 있다는 사실이 희망적이다. 현재 청년·여성의 낮은 고용률을 점차 높여 나가면 2030년대까지는 현재의 노동력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는 식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2040년대 이후다. 노인인구 비율이 30%를 넘고 현재의 노동력 버퍼가 소진되는 시기에는 노동력 공급 부족 문제가 본격화될 수 있다.

현재 한 해 45만명 내외의 신생아가 태어나는 것은 베이비붐 자녀 세대인 가임연령 인구가 그래도 60만명대이기 때문이다. 45만명대로 감소한 현재의 출생자가 출산연령층에 이르면 지금의 출산율로는 신생아가 20만명대로 감소한다. 이 경우 장기적으로 한국 인구는 2000만명대로 줄어든다.

현재 출산율로는 2000만명 그쳐

인구 2000만명으로는 거대한 ‘중국의 중력’에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 통일을 고려하면 적어도 우리 인구는 4000만명대(경제융성기인 1980년대 인구)를 유지해야 단일 국민경제로서 중심을 유지할 수 있다. 그 정도의 인구를 유지해야 2040년대 이후의 노동력 부족 문제에도 대처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처럼 한 해 45만명 정도 꾸준히 태어나게 해야 하고, 가임여성의 감소를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

이 같은 인구전략은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구체적으로 짜야 한다. 주어진 조건에서 선택 가능한 현재와 미래 세대에 걸쳐 사회후생 수준을 극대화하는 인구경로를 분석하고 비전과 정책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이를 전반적으로 통제하는 컨트롤타워 구축도 필요하다.

김용하 <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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