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에 부처명 띄워놓고 종일 새로고침…3회 보고
공무원들 "행정력 낭비" 불만
[ 김재후 기자 ] 국회 국정감사 시즌이다. 정부 부처 대변인실 사무관들은 요즘 죽을 맛이다. 거의 하루종일 인터넷 검색을 하는 데다, 관련 내용으로 보고서까지 꾸며야 한다. ‘악의적인 기사’를 막으라는 ‘엄명’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소통관실은 최근 각 정부 부처 대변인실에 국정감사에 대비한 업무협조를 요청했다. 말이 ‘협조’지 실상은 ‘지시’다. 국감 기사를 실시간으로 점검, 해당 부서에 사실 여부를 문의해 대응한 뒤 오전 10시와 오후 1시30분, 퇴근 전 등 세 번에 걸쳐 보고하라는 것이 골자다. 부처의 대응이 언론에 어떤 식으로 반영됐는지도 보고에 포함해야 한다. 한 부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런 업무협조를 받은 건 처음”이라고 했다.
각 부처 대변인실 직원들은 인터넷 기사를 실시간으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포털 사이트를 띄워놓고 각 부처 이름을 검색어로 저장한 뒤 하루종일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고 있다.
A부처 관계자는 “두세 명씩 조를 이뤄 새로운 기사가 나오면 제목을 복사해 붙이고 보고 내용은 따로 작성한다”며 “해당 부서에 연락하고 사실인지 확인한 뒤 대응 여부를 묻고 이에 따른 결과도 별도로 취합하고 있다”고 했다. B부처 직원은 “공무원 전용 메신저와 카카오톡 창을 수십 개씩 열어놓고 업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의 이런 업무 협조에 대해 관가에선 “과도한 지시로 행정력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부처 대변인실 직원은 “해당 과에 문의하면 대개 ‘사실’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며 “문제가 되는 것만 대응하면 될 텐데 모든 기사를 보고하라고 하니 진이 빠진다”고 했다.
적극적인 언론 대응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D부처 직원은 “국회의원들이 국감 때마다 사실과 다른 자극적인 내용을 보도자료로 뿌리고, 일부 인터넷 매체가 ‘의원에 따르면’이라는 문장 뒤에 숨어 왜곡된 내용을 보도하는 일이 적지 않다”며 “정부로선 어쩔 수 없는 대응”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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