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불효자방지법' 추진 어떻게 볼 것인가

입력 2015-09-11 18:25  

[ 은정진 기자 ] 부모에게 재산을 물려받은 뒤 부모 공양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부모가 재산을 돌려 달라고 하거나 부양비를 달라고 소송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 부모가 일단 재산을 물려줬다 하더라도 효도하지 않으면 다시 되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불효자방지법’이다.

현행 민법상 증여가 이행된 재산, 다시 말해 자녀에게 물려준 재산은 다시 돌려받지 못하게 돼 있다. 불효자방지법을 제안한 쪽에서는 현행법이 현대판 ‘고려장’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민법에서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식에게는 증여를 취소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이미 물려준 재산에 대해선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막아놨던 부분을 이번 개정안으로 다시 풀자는 것이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 법으로 오히려 가족관계가 왜곡되거나 가족 간 불신이 커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국가가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내려진 간통죄 위헌 판결처럼 국가가 모든 부모와 자식 간 사적 관계를 간섭할 자격이 있느냐는 문제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불효자방지법을 두고 법안을 직접 발의한 민병두 새정치민주연?국회의원과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가 지상 토론을 벌였다.

찬성 / 증여 받은뒤 발길 끊는 건 문제…獨·佛서도 증여취소 실효적 인정

어르신 ‘협상력’ 커지면 부모·자식간 화해 촉진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연구소인 민주정책연구원과 대한노인회 공동 주최로 국회에서 ‘불효자식방지법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재산 증여 후 자녀에게 학대 피해를 당한 사례를 발표하기 위해 김모씨(78)가 참석했다.

김씨의 큰딸은 아버지를 잘 모시겠다며 모아둔 돈 6000만원을 자신에게 달라고 했다. 김씨는 6000만원을 그대로 물려줬지만 그 뒤로 큰딸의 학대가 시작됐다. 용돈은 물론 식사도 잘 챙겨주지 않았고 결국 딸은 그를 쫓아냈다. 김씨가 장남을 찾아가자 “왜 자신이 아닌 누나에게 6000만원을 줬냐”며 폭행을 가했다. 김씨는 홀로 노인돌봄센터(노인보호 전문기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일명 ‘불효자방지법’은 증여를 다루고 있는 민법 제555조부터 558조와 반(反)의사불벌죄를 다루는 형법 제260조 제3항을 개정하는 것이다. 불효자방지법의 일환으로 대표 발의한 민법 개정안은 자녀가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이미 이행한 증여분’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자녀에게 재산을 넘긴 부모가 생계 곤란의 고통을 겪을 때도 일부 증여분을 되돌려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학대 외에 현저하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걸로 인정될 때 증여를 취소할 수 있게 하고, 부모가 증여 취소를 요구할 수 있는 시점도 자식이 홀대한다는 사실을 안 지 6개월 이내에서 1년 이내로 늘렸다. 이런 내용은 법무부가 민법학자 40명과 민법개정위원회를 구성해 내놓은 민법 개정 시안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증여는 무상으로 재산을 이전하는 행위다. 당연히 특수한 인적 관계 및 신뢰 관계를 전제로 한다. 이런 이유로 증여를 받은 자가 증여자에게 배신 또는 망은(忘恩) 행위를 할 때도 그 증여 관계가 계속 유지되는 것은 부당하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 민법도 556조에서 배신행위의 유형을 규정하고 증여의 취소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민법의 증여 조항은 ‘배신행위자’에게 유리하고 ‘증여자’에게는 불리하다. 즉 현행 민법의 증여 조항은 ‘배은망덕 조장법’이나 다름없다. 이런 사실은 해외 입법 사례와 비교하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의 민법을 살펴보면 배은망덕한 행위와 노인 학대 등의 경우에는 이미 이행한 증여분을 포함해 증여 취소권을 실효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형법 개정안은 부모 등의 존속 폭행에 대해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하는 것이다.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로 인해 현재 존속 폭행과 같은 패륜 범죄에 대한 수사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나이 든 부모가 자식에게 수년간 폭행을 당하고도 “처벌하지 말아 달라”고 읍소하면 자식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폭력의 경우 오랜 여성운동과 투쟁을 통해 국회가 만장일치로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한 전례가 있다. 일각에서는 자식들을 무조건 감옥에 보내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런 걱정은 기우에 가깝다. 법원은 가족 간 사건에 대해서는 화해와 중재를 기본으로 한다.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되면 자녀들은 부모에 대한 폭행을 더 조심하고, 어르신들의 ‘협상력’은 더 강해질 것이다.

반대 / 가족관계 왜곡·불신 더 커질 것…국가가 私的 관계 개입, 국민 불행

부모 부양 문제, 실정법 아닌 자연법으로 풀어야

지난 3일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자식이 부모를 제대로 부양하지 않으면 증여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민법 556조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어 존속 폭행은 피해자 고소 없이도 사법부가 공소, 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일명 ‘불효자방지법’이다.

생계에 위협을 받는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우리 사회는 새로운 가족 부양 규범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고령층 부모들 사이에서 ‘다 쓰고 죽자’ ‘죽기 전까지 자식한테 재산을 절대로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정립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리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한 노인 중에는 극심한 생계곤란을 겪는 이들이 많으며, 이들 중 일부는 자녀의 소득과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자가 되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런 사회문제를 이 불효자방지법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이 법으로 인해 가족관계가 왜곡되거나 불신이 심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자고로 부모자식 간 관계는 천륜(天倫)으로 인류 삶의 뿌리가 돼왔다. 그 속에는 시대적·경제적 환경, 문화, 철학, 인권 등 다양한 요소가 녹아들어 있다. 자식 부양과 부모 공양 문제는 이런 요소들로 인해 인류의 탄생과 더불어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모해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가족이란 국가가 정한 법이 아니라 구성원 간의 사랑과 신뢰로 유지돼온 인류의 씨앗이라는 것이다. 결국, 부모 공양 문제도 국가가 정한 실정법이 아니라 모든 시대와 장소에 적용될 수 있는 영구불변의 ‘자연법’으로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현행법도 이런 범주 안에서 부모와 자식 간 관계에 법률로 개입하고 있다. 즉, 부모를 학대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대우한 경우에만 형사처벌하고,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거나 범죄를 저지른 때에 한해 재산 증여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물론이고 정부마저 ‘부당한 대우’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가지고 불효자 방지법을 통해 사적 영역인 가족관계에 보다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고 있다.

지난 2월26일 입법 후 63년 만에 간통죄가 위헌판결을 받아 폐지됐다. 그 주된 이유는 국민의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보호가치가 가족제도의 보호가치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부부 간의 사적 관계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불효자방지법도 일부 가족의 사례를 근거로 국가가 모든 부모와 자식 간의 사적 관계에 개입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시대와 경제적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모해야 할 가족 간의 도덕적 가치가 법률로 인해 경직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법안이 부모는 항상 선(善)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출발하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볼 필요도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헌법 제10조는 사적 영역에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국민이 행복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혹시 이 법으로 인해 가족 간 불신이 심해져 국민 모두가 불행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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