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영·조윤지, 10언더파 공동선두로
'송곳 샷' 앞세워 메이저 퀸 불꽃 경쟁
[ 이관우 기자 ]
“아이언만큼은 늘 자신있었다. 그 아이언이 오늘따라 더 잘 먹혔다.”(이민영)
“우승할 때보다 더 감이 좋다. 생각한 대로 그린 위에 공이 떨어졌다.”(조윤지)
‘아이언 달인’들이 제대로 붙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대표적 ‘아달’ 이민영(23·한화)과 조윤지(24·하이원리조트)다. 이들은 11일 경기 여주시 페럼CC(파72·6714야드)에서 열린 2015 KLPGA투어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이수그룹 제37회 KLPGA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우승상금 1억4000만원) 2라운드에서 중간합계 10언더파로 공동 선두에 올라섰다.
○이민영 “우승컵 양보 못해”
이민영은 이날만 버디 8개를 잡아 8언더파 64타를 기록했다. 페럼CC 개장 이후 대회가 처음 열린 만큼 코스레코드가 될 공산이 크다. 이민영은 18홀 내내 보기 없는 무결점 경기를 펼쳐 투병생활의 그늘을 말끔히 씻어냈다. 지난 3월 신장암 수술을 받은 그는 3개월여의 투병생활을 거쳐 5월 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으로 복귀했다.
5개 대회를 건너뛰었지만 2억원이 넘는 상금을 모아 상금랭킹 17위에 올라 있는 실속파 골퍼다. 10위권에 일곱 번 이름을 올린 덕분이다.
우승 욕심에 안달복달하던 이전의 성격이 투병생활 이후 무심해졌다. 그는 “사소한 실수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우승컵을 일부러 좇지는 않겠다”고 했다. “잡으려면 더 도망가는 신기루 같은 게 우승컵”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민영은 높은 탄도의 ‘하이 페이드(오른쪽으로 휘는 구질)’를 잘 치는 선수다. 그린에 공을 잘 세울 수 있는 게 하이 페이드의 장점. 그린 굴곡이 심한 데다 2라운드부터 핀 위치까지 까다로워지면서 장점이 제대로 먹혔다.
그는 그린적중률 76.93%로 KLPGA 전체 5위에 올라 있다. 이민영은 “페어웨이와 그린이 넓어 퍼팅보다는 샷 싸움에서 승부가 결정날 것 같다. 감이 좋다”고 말했다. 아이언이나 웨지샷을 그린 에지나 둔덕 등 적절한 곳에 떨궈 홀컵 근처로 붙일 수 있느냐가 진짜 경쟁이라는 얘기다.
○조윤지 “아달이라 불러줘요”
조윤지 역시 펄펄 날았다. 지난주 한화금융클래식에서 16오버파로 커트 탈락한 게 약이 됐다.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쓸어담아 동타를 친 이민영과의 진검승부를 예고했다. 우승하면 7월 BMW챔피언십 우승 이후 두 달 만에 시즌 두 번째 우승컵을 거머쥐게 된다. 1라운드에서도 3언더파를 치며 샷 감각을 가다듬은 조윤지는 이날까지 이틀 내내 노(no)보기 행진을 벌였다.
그는 5월 E1채리티오픈에서 8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버디 퀸’이란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진짜 실력은 정교한 아이언샷에서 나온다. 그의 올 시즌 그린적중률은 78.95%로 투어 전체 1위다. 조윤지는 “지난 대회에서 샷이 잘 안돼 차라리 연습 라운드로 생각하자며 긴 러프 어프로치를 집중적으로 시도했다”며 “이번 대회에서 그때 연습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어깨 부상으로 최근 부진했던 이정민(23·비씨카드)도 이날 전반에만 6개의 버디를 잡아내는 등 빼어난 샷감을 과시하며 7언더파를 쳤다. 공동 6위. 올 시즌 그린적중률 2위(78.32%)로 송곳 아이언샷을 자랑해온 그는 “강점인 아이언은 약했지만 퍼팅이 빈 곳을 메워줬다. 우승을 노리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여주=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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