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정수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계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총재는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대기업뿐만 아니라 업황이 장기간 부진한 중소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은 미룰 수 없다”며 “한계기업이 늘면 한정된 자원이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부분에 집중돼 성장 잠재력 확충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곧바로 한계기업의 부실이 금융회사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계기업은 수년째 영업을 통해 번 돈으로 빌린 돈의 이자도 못 갚으면서 저리 대출이나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소위 ‘좀비기업’을 말한다.
기준금리는 연 1.5%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국의 금융 불안과 미국 정책금리 인상 시기의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증대된 점, 가계부채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현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8%)의 하향 조정 가능성은 일축했다. 이 총재는 “소비와 투자 등 내수는 개선 움직임을 이어갔다”며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은 상당히 크지만 기존에 전망한 경제성장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내 정책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경제의 흐름과 Fed 관계자들의 언급에 비춰볼 때 연내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금리 인상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정책금리가 올라가도 국내 경제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는 지난달 금통위 때와 같았다. 이 총재는 “한국의 기초경제 여건은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며 “충격이 제한적이고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자금 유출과 관련해서도 “국내에서 최근 3개월간 10조원의 외국인 투자금이 감소했지만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다”며 “2013년 ‘테이퍼 텐트럼’(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이 양적 완화 축소를 언급하면서 발생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증대 현상) 때보다 자금 유출 강도와 규모가 약하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미국 정책금리 인상과 신흥국 불안의 확산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비책을 마련해뒀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과 맞물려 중국이나 원자재 수출국 등 신흥국에 위기가 발생하고 위험이 전이되면 충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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