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된 맛에 소비자 외면
신고배 단일품종이 95% 차지…수입과일 등 공세에도 밀려
황금배 등 대체품종 확대
당도 높고 육질 부드러워…이마트, 판로확대 지원 나서
[ 김병근 기자 ]
지난 11일 전남 나주시 덕곡리의 9917㎡(약 3005평) 규모 과수원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배 수확이 한창이었다. 올해로 20년째 배 과수원을 운영 중인 조남석 씨(70) 부부는 배를 딴 뒤 품종별로 분류했다. 신고배는 흰색 포장지로, 황금배는 노란색 포장지로 싸 서로 다른 상자에 나눠 담았다. 조씨는 “일본에서 건너온 신고배와 달리 황금배는 신토불이 품종”이라며 “농사짓기가 훨씬 어렵지만 토종 배의 명맥을 잇는다는 자부심으로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와 같은 배 농가들이 요즘 가장 신경 쓰는 일은 배의 품종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배 소비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것이 소비자에게 다양한 맛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올 들어 8월까지 이마트의 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사과, 복숭아, 감 등 국산 주요 과일의 매출이 5~18%가량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에도 사과는 18.9%, 복숭아는 2.1% 매출이 증가했지만, 배는 10% 이상 떨어졌다.
가격도 내림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배 가격(㎏당)은 2013년 연간 평균 3414원에서 올 들어서는 2302원으로 32.6% 급락했다. 재배 면적도 2001년 이래 14년째 줄고 있다. 수익성이 악화된 탓에 배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배 인기가 떨어진 것은 다른 과일처럼 품종이 다양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조씨는 “사과만 해도 아오리, 홍로, 양광, 후지 등 수십종이 유통되고 종별로 맛, 수확 시기가 다르다”면서 “배는 신고배가 전체의 95%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편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확 시기가 추석과 맞물려 ‘명절용 과일’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는 것도 배의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체리, 블루베리, 자몽, 망고 등 수입 과일이 몰려오면서 배의 설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조씨는 “국산 대표 품종인 황금배는 강한 단맛, 얇은 껍질, 부드러운 과육이 강점이지만 작은 충격에도 상처가 잘 나기 때문에 유통이 힘들다”며 “대형마트라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지 못했으면 재배를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조씨를 비롯해 나주와 경북 상주, 경남 하동의 황금배 재배 농가는 이달 15일부터 이마트를 통해 첫 전국 판매에 나선다. 이마트가 추석을 앞두고 국산 농·수·축산물 육성을 지원하는 ‘국산의 힘’ 프로젝트 상품으로 황금배를 선정한 데 따른 것이다. 기존에는 농협 등을 통해 지방 위주로만 판매했다.
이현규 이마트 과일 수석바이어는 “황금배 원황배 화산배 추황배 감천배 등 토종 배는 식감, 당도, 과즙량, 출하 시기 등이 서로 달라 소비자에게 배에 대한 새로운 인상을 줄 수 있다”며 “판로 지원, 패키지 제작, 홍보물 제작 등을 지원해 현재 5%에 불과한 토종 배 매출 비중을 15%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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