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잠정합의] 김대환 "일반해고·임금체계 개편 정부지침 나올 것"

입력 2015-09-13 23:07  

'미봉'으로 끝난 노·사·정 타협

김 위원장 "장기적으로는 법제화로 갈 것"
임금피크제로 절감된 재원 청년고용에 활용
한노총 "선방했다" 경영계 "개혁이라기엔…"



[ 백승현 / 강현우 기자 ]
지난 1년여간 100여차례의 대화 끝에 13일 노동개혁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이 나왔다. 지난 4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결렬 선언으로 4개월여간 공백을 딛고 향후 협상의 걸림돌(일반해고 기준 설정,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을 제거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강력 반발해왔던 노동계 의견이 대폭 반영되면서 ‘반쪽 노동개혁’이란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정부, 노동계 ‘승인’ 없이 추진 불가

이번 노·사·정 합의의 핵심은 ‘정부는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로 정리된다. 먼저 일반해고로 알려진 ‘근로계약 해지 기준과 절차 명확화’와 관련해 노·사·정은 노사 및 전문가를 참여시켜 근로계약 전반에 관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제도 개선 시까지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 노·사·정은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당초 추진했던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합의문은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치 않고,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명시해 사실상 노동계의 ‘승인’ 없이는 가이드라인을 낼 수 없도록 했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은 “근로계약 변경과 관련한 합의는 사실상 장기적으로 법제화로 가겠다는 뜻”이라며 “노사 협의를 거쳐 기업 현장의 분쟁과 혼란을 막기 위한 정부 지침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변경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와 관련해서도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되,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기했다. 이 역시 노동계와의 협의 없이 정부 단독의 지침 마련은 불가능해졌다.

임금피크제와 관련해서도 노동계 의견이 대폭 반영됐다. 그동안 노동계는 정부의 임금피크제 정책에 대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그 절감된 재원이 청년 일자리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며 반대해왔다. 노·사·정은 이날 합의문에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된 재원은 청년 고용에 활용하도록 한다’고 명기했다. 60세 정년연장으로 급격히 늘어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임금피크제 도입 취지와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연내 316개 전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며 민간기업에도 제도 도입을 독려하고 있지만,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기업들은 이 조항으로 인해 임금피크제 도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노동계 “선방” 자평 … 경영계는 속앓이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선방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구조 개악을 막았다는 점에서는 나름대로 선방한 결과”라고 말했다.

경영계에선 이번 합의에 대해 노동계에서 정부 가이드라인 제정조차 반대했던 일반해고와 임금체계 개편 등 두 가지 핵심 안건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해졌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이번 논의로 전 국민이 두 안건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됐다는 것이 큰 수확”이라며 “다른 안건들도 깊이 있는 협의를 거쳐 바람직한 대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에 치우친 합의에 곤혹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됐다. 박병원 경총 회장은 이날 대표자회의가 종료된 오후 7시30분께 홀로 회의실에 남아 곤혹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총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노·사·정 논의가 시작된 이후 각계의 최초 요구사항과 오늘 합의문을 비교해보면 어느 쪽의 입장이 많이 반영됐는지 알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 합의내용을 주요 기업 임원회의 등에 보고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합의안은 14일 열리는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통과하고 15일 예정된 노사정위 본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한국노총 중집은 한노총 임원과 산별노조위원장, 지역본부 의장 등 52명이 모여 노총 내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다. 중집에서 합의안이 거부되면 노·사·정 대타협은 무산된다. 이번 합의에 공공노련 등 일부 산별노조와의 내부 조율이 충분하지 않아 반발도 예상되지만, 한노총 주장도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혁 장기화 ‘골든타임’ 놓칠 수도

노동개혁 지연으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이 2000년대 초중반 선제적인 노동개혁으로 경쟁력을 회복한 상황에서 한국의 노동개혁이 단시일 내 이뤄지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도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정년 60세 연장,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노동개혁 의제 중 노동계에 유리한 제도들이 이미 시행된 가운데 기업에는 여전히 보완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경영계에서는 이번 잠정 합의가 제대로 된 노동개혁이라고 평가하기엔 미흡하다는 의견도 많다. 먼저 일반해고 요건과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요건의 법제화가 중장기 과제로 돌려진 점이 부족한 부분으로 꼽힌다. 사실상 노동계 요구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경영계에선 그동안 이 두 안건을 정부 지침으로 정하면 해고나 취업규칙 변경을 다투는 소송이 남발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해 왔다.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을 때 정부 지침은 재판 기준으로서의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백승현/강현우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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