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화정책이 만병통치약 아니라는 BIS 보고서

입력 2015-09-14 18:01  

“통화정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는 비현실적이고 위험하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6월 보고서에 이어 또다시 던진 경고다. BIS의 이 같은 경고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지구촌 상황을 우려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Fed의 금리인상 결정이 임박하면서 미국 안팎에서 이를 둘러싼 논쟁도 최고조에 달해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논쟁이라기보다 금리인상 반대파들이 총궐기에 나선 모습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까지 뛰어들어 금리인상을 반대한 데 이어 미국 내 케인지언들도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특정 언론까지 금리인상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BIS가 다른 견해를 취하고 나선 것이 신선하게 와닿을 정도다.

클라우디오 보리오 BIS 통화경제국장은 “통화정책을 통해 세세한 문제까지 해결하려는 시도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음에도 중앙은행 의존도는 이전보다 훨씬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부채 수준은 지나치게 높아졌고, 생산성 증가는 미미하며, 금융 리스크는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자율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상황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면서 금융시장이 중앙은행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의존하는 비정상적 결과?낳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통화정책 정상화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역사적으로 통화정책을 통해 세세한 문제까지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실패로 끝났음은 멀리갈 것도 없이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르는 과정이 그대로 웅변해 주고 있다. 그런데도 똑같은 시도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건 중앙은행 고유의 임무라는 금리 결정조차 정치적으로 오염되고 있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각국 중앙은행이 그만큼 권위를 잃었다는 뜻이다. 통화정책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BIS의 경고를 귀담아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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